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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챔프전 판도 뒤집은 문경은·최원혁의 소주한잔

입력 2018.04.18. 09:01 댓글 0개
SK 최원혁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가 '디온테 버튼 봉쇄'에 성공하며 챔피언결정전 판도를 2패 뒤 3연승으로 뒤집었다.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원주 DB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앞뒀다.

3승2패로 앞서 1승만 더 거두면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에 정상에 오른다.

테리코 화이트, 제임스 메이스, 김선형 등 주축들의 활약이 중심이지만 '그림자 수비'로 DB의 에이스 버튼을 괴롭힌 가드 최원혁(26·183㎝)을 빼놓을 수 없다.

버튼은 1차전과 2차전에서 38점, 39점을 올렸다. 돌파와 외곽슛 모두 차원이 달랐다.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3차전부터 20점대로 떨어졌다. 3차전 25점, 4차전 20점, 5차전 28점이다.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최원혁을 통해 버튼 효과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최원혁은 주로 2·3쿼터에 투입돼 버튼을 괴롭힌다. 찰거머리처럼 붙어 버튼의 공격을 방해했다. 체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봤다.

SK는 최원혁이 뛰는 동안 체력을 아낀 김선형을 통해 4쿼터 승부처에서 훨씬 위력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규리그·플레이오프에서 버튼의 공격 방식을 보면 직접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을 넘어와 보폭 큰 첫 번째와 두 번째 스텝으로 상대를 제치고 돌파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 직접 득점하거나 상대 수비가 공간을 좁히면 외곽으로 공을 빼 동료들의 오픈 기회를 만들었다.

힘이 워낙 좋아 상대와 부딪혀도 반칙을 얻어내기 수월했다. 득점 성공과 함께 상대 반칙을 얻어 보너스 자유투를 성공하는 경우도 흔했다.

최원혁은 아예 상대 진영에서부터 버튼 주변을 서성이며 공을 잡는 것을 차단한다. 버튼이 골대에서 등을 돌리는 때가 많아졌고 DB의 공격 리듬을 깨는데 효과적이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원정 1·2차전에서 패한 뒤 해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2차전이 끝나고 패인을 분석하며 코칭스태프와 소주로 아쉬움을 달랬다.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몇몇 선수들을 불러 소주 한 잔을 건넸다.

이 자리에서 최원혁은 문 감독에게 "내가 버튼을 한 번 막아보고 싶다. 제대로 막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버튼을 괴롭히겠다"며 전담수비를 자청했다. 이후 SK는 3연승을 거뒀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힘과 기술이 좋은 흑인 가드를 수비한 적이 많은 최원혁은 힘이 세고 발이 빠르며 요령이 있었다. 문 감독은 "(최)원혁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버튼을 괴롭히겠다'고 하는데 정말 고맙고 예뻤다"며 "우리 팀에서 외국인선수를 상대로 그런 수비를 할 수 있는 건 원혁이 뿐이다"고 했다.

사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최원혁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상무에 지원했지만 이달 초 탈락 소식을 받았다. 정규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경쟁자들에게 밀린 면이 있다. 35경기에서 평균 6분26초를 뛰며 1점 1.1어시스트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송도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최원혁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4년차다.

1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SK는 그동안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도 부실한 조직력으로 기대이하에 그친 적이 많았다. '모래알 기사단'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최원혁처럼 화려한 선수들 뒤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주는 선수의 존재는 강팀의 필수 조건이다.

분위기를 바꾼 소주 한 잔, 이번에는 우승 축하 '짠'을 할 수 있을까.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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