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은희, 당대 톱배우의 미투…"나를 욕보인 사람은 아군"
입력 2018.04.17. 14:17 수정 2018.04.17. 15:53 댓글 0개【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92세를 일기로 16일 별세한 영화배우 최은희(92)의 삶이 재조명받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였지만, 자신의 인생 자체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아서다.
1926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난 최은희는 1943년 극단 '아랑' 연구생이 됐다. 21세 때인 1947년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서'로 데뷔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촬영기사 김학성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했다.
그러다가 1950년 6·25동란이 발발했다. 그때 최은희는 전남 목포에서 영화 '사나이의 길'을 찍고 있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부산으로 피란을 떠났다. 하지만 최은희는 결핵을 앓던 남편 김학성이 걱정돼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 서울 남산동 집에 있던 최은희는 인민군 장교 심영에게 납치됐다. 북한 내무성 소속 경비단 협주단에 소속돼 낮에는 공산당을 찬양하는 연극을 연습하고, 밤에는 북한 영화로 사상 교육을 받았다.
9·28 서울 수복 후 인민군이 후퇴할 때 평남 순천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 이때 '최은희가 인민군들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가정 폭력을 일삼던 김학성과도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생전의 최은희는 "하지만 정작 나를 욕보인 사람은 아군이었다"고 폭로했다.
8년 전 '[나와 6·25]북 선전극 공연하다 국군 위문공연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내 인생'(조선일보)이라는 글에서 "하루는 헌병대에서 내가 북측에 부역한 것을 조사하겠다며 불렀다. 헌병대원은 잔뜩 겁먹은 나를 한적한 민가로 데려갔다. 술상 앞에 헌병대장이 앉아있었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얼굴만 반반한 줄 알았더니 피부도 곱구먼'이라며 다가왔다. 그를 확 밀어젖혔다. 하지만 그는 씩씩거리며 권총을 겨누더니, 내 몸 위로 쓰러졌다. 발버둥을 치고 비명을 질렀지만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한겨울에 숙소로 돌아오면서 한없이 흐느껴 울었다"고 고백했다.
요즘으로 치면 '미투'다. 더욱이 톱스타의 미투였다.
이후 최은희는 1953년 다큐멘터리 '코리아'를 계기로 만난 신상옥(1926~ 2006) 감독과 이듬해 결혼했다. 운명의 동반자이자 영화적 동지였다. 23년 동안 연출자와 배우로 호흡을 맞춰 13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최은희는 '꿈'(1955),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 등을 통해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어느 여대생의 고백'으로 국산영화제(현 대종상) 여우주연상, '민며느리'(1965)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백사부인'(1960), '성춘향'(1961),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성공을 이어가면서 1950~1960년대 대표 여배우로 활약했다. 1965년에는 우리나라 3번째 여성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총 3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우는 상황이었는데, 신 감독이 배우 오수미와 사귀고 혼외자까지 낳았다.결국 1976년 파경을 맞이했으나, 이들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안양영화예술학교 해외 자본 유치차 1978년 1월 홍콩으로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
최은희를 찾으러 간 신 감독도 같은해 7월 납북됐고, 두 사람은 1983년 북한에서 재회한다. 이들은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북한에서 신필름 영화 촬영소를 세우고 체제 선전용 영화를 만들었다.'돌아오지 않는 밀사'(1984), '사랑 사랑 내 사랑'(1984) 등 모두 17편을 제작하며 전성기를 재연했다. 최은희는 북한에서 '소금'으로 1985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김정일의 신임을 받던 두 사람은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을 찾았다 미국 대사관에 은신을 요청,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10년 넘는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99년 영구 귀국했다.
귀국 직후 신 감독은 1987년 11월29일 일어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을 다룬 영화 '마유미'(1990)를 만들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영화를 제작하던 신 감독은 2006년 4월 80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최은희는 국내에서 극단 '신협' 대표, 경기 안양신필름예술센터 학장 등을 지냈다. 2002년 뮤지컬 '크레이지 포유'를 기획·제작했다.
신 감독이 별세한 뒤 건강이 악화된 최은희는 경기 용인시 요양병원에서 투병하다가 2016년부터 서울 화곡동 자택에서 아들 신정균(55) 감독의 간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신 감독과 상균(미국 거주)씨, 딸 명희·승리씨 등 2남2녀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 19일 오전 8시, 장지 경기 안성시 천주교 추모공원.
snow@newsis.com
- 이효리, '레드카펫' 마지막회서 끝내 눈물···역대 MC 총출동 [서울=뉴시스]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 (사진=KBS 제공) 2024.03.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추승현 기자 = KBS 2TV 뮤직 토크쇼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레드카펫')이 29일 막을 내린다.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레드카펫' 마지막 회는 꼭 보고 싶었던 게스트를 만나보는 '다시, 봄' 특집으로 진행된다. 역대 '더 시즌즈' MC 박재범, 최정훈, 악뮤를 비롯해 가수 정미조가 게스트로 출연한다.앞서 진행된 녹화에서 이효리는 마지막회 오프닝 송으로 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 불러 화제가 됐던 '미스코리아'를 선택했다. 이효리는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우는 퍼포먼스로 등장부터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이어 특집을 소개하는 이효리 뒤로 귀여운 LED 화면이 준비돼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첫 번째 게스트 정미조는 올해로 데뷔 53년 차가 된 70년대 최고의 디바다. 후배 이효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등장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정미조는 멜로망스 김민석, 규현 등 많은 가수들이 추천곡으로 꼽는 '귀로'를 준비했다.정미조는 이번이 KBS TV 심야 음악프로그램에 첫 출연이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건 거의 처음이다"라고 첫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아이유가 데뷔곡 '개여울'을 리메이크한 것부터 많은 후배 가수들이 존경심을 드러내는 것에 감사 인사를 했다. 이어 이효리와의 듀엣곡 '엄마의 봄'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먼저 작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효리는 정미조와의 듀엣이 영광이라며 함께 작업했던 소감을 전달했다. 이효리가 녹화 전 정미조와 진행한 합주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효리는 "요즘 엄마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때였는데, 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어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서울=뉴시스]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 (사진=KBS 제공) 2024.03.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박재범은 '더 시즌즈' 시즌1 '박재범의 드라이브'의 MC였다. 방송 이후 1년 만에 스튜디오에 방문한 박재범은 소감을 몸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반가운 환호를 받았다. 박재범은 시저(SZA)의 '스누즈(Snooze)'와 제이 타조르(J.Tajor)의 '라이크 아이 두(Like I Do)'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버한 무대를 보여줬다. 이어 '최정훈의 밤의공원' MC인 최정훈과 '악뮤의 오날오밤' MC 악뮤가 깜짝 등장했다. 역대 '더 시즌즈' MC들이 최초로 한 무대에 모인 모습에 관객들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고.MC들은 각자 시즌을 이끌어 가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박재범은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출연했을 때를 회상하며 "래퍼로서 교류하면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녹화 전날 제이홉 곡에 맞춘 자작 랩을 썼다"고 고백했다. 악뮤 이찬혁은 유튜브에 업로드된 '더 시즌즈' 쇼츠 영상 중 화사와 함께한 챌린지로 조회수 1위를 차지했다. 이찬혁은 게스트를 빛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며 "춤도 많이 추고 챌린지도 많이 하며 상대방과 즐겁게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악뮤 이수현은 "원래도 사랑했던 무대에 악뮤가 발자국을 남기게 돼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더 사랑하게 될 무대일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이효리는 마지막회를 맞은 소감으로 "처음 혼자 할 땐 떨렸는데, 지난주에 좀 재밌다 하니까 마지막이 오더라"라며 "언제 MC로 소통할지 기약이 없기에 너무 소중한 무대였고, 너무 감사한 무대였다"고 했다.아울러 최정훈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부터 지금까지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지켜온 음악감독 강승원과 즉석에서 강 감독이 작사, 작곡한 '서른 즈음에'를 듀엣으로 선보였다. 최정훈은 "이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강승원 감독님"이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후 4팀의 MC는 역대 '더 시즌즈'를 지킨 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의 연주와 함께 축하 무대를 선보였다. 밴드 마스터 정동환은 "훌륭한 MC들과 함께해 즐거웠다. 앞으로도 뮤지션들을 위해 열심히 음악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끝으로 이효리는 그룹 빅뱅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 무대를 했다. 직접 개사한 랩을 선보이다 결국 눈물을 보여 관객들과 뭉클한 마음을 나눴다고. 이효리의 진정성 가득한 무대에 관객들은 슬로건 이벤트로 이효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후문이다.'더 시즌즈'의 차기 MC는 가수 지코다. 타이틀은 미정이다. 내달 23일 첫 녹화를 진행하고, 26일 첫 방송된다.◎공감언론 뉴시스 chuch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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