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그들’의 고통?, ‘우리’의 고통!

입력 2018.04.16. 17:29 수정 2018.04.16. 17:37 댓글 0개
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미국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렸던 고 수전손택이 지난 2003년 자신에게 평화상을 수상한 독일출판협회 제55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수상 소감 연설문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말한다. “문학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참사직후 국민들은 참사보다 더한 2차 참사를 목도해야했다. 정부는 세월호 원인 규명은 커녕 생존 아이들이나 부모형제를 잃은 가족들을 돌볼 역량은커녕 ‘의지’도 없이 세월을 보낸 것이다.

이땅의 시인들이 일어났다. 그해 7월 고은과 김사인 김준태 등 이땅의 시인들이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펴내 세월호를 추모하고 고통을 함께 했다. 이후 문단에서 수많은 발언들이 쏟아졌고 미술과 영화 등 문화예술 전반에서 이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대열에 섰다. 문단에서는 이듬해 1월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을 모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비롯해 국가의 무능과 거짓을 다룬 ‘국가의 배신’, 도대체 이 참상대한 신학적 접근을 모색한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등 숨쉴 틈이 없었다.

‘인간’의 얼굴을 찾아가려는 문화예술인들의 발걸음은 익히 아는데로 ‘블랙리스트’라는 족쇄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왜곡’과 ‘조작’된 기억(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얼굴을 찾아가는 긴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4주기를 맞아 문학과 회화, 영상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기억을 향한 몸부림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이들의 죽음을 생중계로 지켜봐야했던, 본의 아니게 공범자가 돼 고통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중의 몸부림이다.

사고원인, 구조못한 원인을 밝히기를 꺼려했던 세력의 노골적인 거짓과 은폐의 장막은 더욱 철면피하다. 자유한국당은 2기 특조위 출범 반대의사를 공공연히 떠벌인데 이어 1기의 문제적 위원 황전원 전 위원을 2기 특조위에 다시 내보냈다. 황 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공보특보 출신으로 특조위를 노골적으로 방해했고 위원을 사임하고 20대 총선에 나갔다 낙천하자 다시 특조위로 돌아와 1기를 엉망진창으로 정리한 인물이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하다. 조사는 ‘할만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특조위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얼마나 ‘할만큼’ 했는지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는 없다. 그럼에도 진실을 향한, 참사를 결코 잊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기억’과 ‘연대’를 향한 발걸음은 그치지 않는다.

광주 곳곳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유무형의 공간이 마련됐다.

광주극장과 메이홀&이매진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세월호 영화제를 열었다. 청소년 삶디자인센터가 세월호 4주기 추모영화상영을 하고 있고 광주독립영화관도 개관기념작 다큐멘터리 ‘공동의 기억-트라우마’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를 위해 ‘승선’ ‘잠수사’ ’세월오적‘ ’걸음을 멈추고‘ ’기억의 손길‘ 등이 잇달아 상영한다.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도 지난 주말 세월호 4주기 추모공연 ‘지고 피고, 또 지고…’ 무대를 선보였다.

“인간이 어떤 사악함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하고 살펴보며 연상해보려고 노력하는 존재, 그렇지만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노력하는 존재,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해서 냉소적이 되거나 천박해지거나 타락하지는 않는 존재다.”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란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나가야할 인간의 얼굴일 것이다.

조덕진 문화체육부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mole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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