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영화 ‘비치(The Beach)’의 경고

입력 2018.04.16. 17:24 수정 2018.04.16. 17:31 댓글 0개
윤승한의 약수터 무등일보 지역사회부장/부국장

새로움은 가슴 뛰는 동경이다. 갈망이다. 때론 지친 일상의 탈출구이고 때론 치기어린 모험의 여정이다. 자체로 자극적이다. 그 속에 환호와 절망이 공존하기에 더욱 그렇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정말 참기 힘든 유혹이다.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바로 이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낯선 사람들과 맺어지고 싶어하는 욕망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찬 청년이 그다. 2000년 제작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비치(The Beach)’는 리차드의 ‘새로움 찾기’ 여정을 그린 스릴러·어드벤처물이다.

낙원은 실존할까. 이 영화는 무던히도 이 질문을 반복한다. ‘이 세상 인간의 그 어떤 문명도 닿지 않았고 그 어떤 이도 범접할 수 없는 곳.’ 리차드가 태국 방콕의 한 허름한 호텔에서 만난 대피는 낙원을 이렇게 정의한다. 여기에서 대피의 낙원은 ‘어떤 섬’으로 묘사된다.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낙원이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해변을 잉태하고 있는 곳. 외부인이나 잡동사니 관광객들로부터 한 점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섬.’ 대피의 낙원은 리차드를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이끈다.

하지만 리차드가 힘들게 찾은 그 섬은 또다른 인간세상의 하나일 뿐이다. 인간의 본능인 질투. 질투는 갈등을 잉태하고, 갈등은 급기야 난폭한 대립으로 비화된다. 그리고 탈출. 리차드에게 낙원은 다른 모습의 지옥으로 다가온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 섬’은 낙원이었지만 인간이 개입한 ‘그 섬’은 지옥이었다. 낙원과 지옥의 모순이 적나라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태국 피피섬이다. 피피섬은 태국 남부 푸켓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무인도다. 마야 베이는 바로 이 섬에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보석같은 곳이다. 보드라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베이를 감싸고 있는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전까지 이곳은 자연이 그려놓은 낙원이었다. 하지만 영화 ‘비치’의 촬영장소로 알려지고 다양한 해양생물을 탐험할 수 있는 다이빙 장소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그 ‘낙원’은 조금씩 멍들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되고 산호초도 본 모습을 잃어갔다. 마치 리차드의 낙원이 인간의 개입으로 서서히 지옥으로 변해간 것 처럼.

급기야 지난달말 태국 국립공원 당국이 극약처방을 내렸다.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마야 베이를 폐쇄키로 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병든 낙원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영화 ‘비치’의 경고가 현실화된 셈이다.

이 경고는 동남아 해변휴양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필리핀 대표 휴양지인 보라카이가 최근 환경 정화를 위해 오는 26일부터 6개월간 잠정 폐쇄 결정됐다. 작년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쓰레기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남의 일’ 정도로만 치부하기엔 영화 ‘비치’의 경고음이 너무 크다.

윤승한 지역사회부장 ysh68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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