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역세권 재생 견인할 성장엔진' 광주송정역 개발 급선무

입력 2018.04.11. 08:55 수정 2018.04.18. 08:45 댓글 2개
무등일보·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 공동기획
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Ⅰ부. 광주 도시재생의 진단과 방향 7
1913시장과 송정역세권 도시재생사업
복합환승센터를 바라보고 방치되고 있는 주변 지역들.

광주와 송정은 하나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광주공항이 가로막고 영산강이 두 지역을 나누고 있다. 광주을 대표하는 '광주역'도 광주의 서쪽에 있으니 '서광주역'도 아니다. '천안아산역'이 그러하듯 '광주송정역'이라는 이름이 이를 말해준다.

인구 100만을 넘겨 직할시(현 광역시)로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두 도시는 통합되었다. 광주시와 광산군이 합쳐져 직할시로 승격된 지 벌써 30여년이 지났다. 두 지역이 통합됨으로써 농업에 바탕을 광산군은 도시행정과 불협화음을 많이 낳았다. 송정은 아직도 도시속의 농촌이다. 절반을 훨씬 넘는 농지면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손도 대보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광주송정역앞 슬레이트지붕의 창고건물들.

송정은 읍성도시에서 출발한 광주와 달리 광활한 평야를 가지고 있는 농업의 중심마을로 성장한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대농(大農)들은 사질토(沙質土)인 도산동 일원에 대규모 무 농장을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무로 단무지(다깡)를 만들어 일본은 물론 만주까지 공급하였다. 영산강과 황룡강에 면하여 비옥한 넓은 평야의 농산물 수탈기지로 광주송정역은 출발하였다.

송정시가지에는 도심내 대규모 필지와 가로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광산구청 부지를 포함한 대부분 대규모 필지들은 단무지 창고와 미곡창고, 정미소, 그리고 주조장 등 농산물 연관 시설부지들이었다. 아직도 농업의 유전자가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말이다.

송정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송정시가지 전역이 시장이다.

송정장날(송정 5일시장날, 3일과 8일)이면 장터는 공연장이고 신제품의 컨벤션이며, 생필품을 파는 마트로 변신되었다. 당연히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먹거리, 구경거리, 살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시장인근 소시장과 도살장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고기를 먹기 좋게 다지고 버물려서 한입에 먹기 좋게 만들어진 송정떡갈비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잔여물인 곱창요리가 아직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송정장의 역사와 전통이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송정 5일장날이 서는 날(3, 8일)이면 인근 나주는 물론 영광에서 아직도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꾼과 시장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송정리 전체가 들썩거린다.

송정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송정시가지 전역이 시장이다.

1913 송정역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송정리역 이용객들을 위한 노점상과 소규모 점포가 모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현대카드)에서는 청년들과 함께 쇄락한 역전매일시장을 일거에 변신을 해놓았다. 주민들과 상인들은 연일 신문과 방송, 늘어나는 방문객을 보고 감탄사만 연발하였다.

부산이나 대구와 달리 배차간격이 긴 호남선 KTX의 특성을 간파한 현대카드 디자인팀은 시장중앙에 대합실에 준하는 기차의 출·도착정보센터를 설치하여 시장집객을 유도하였다.

간단한 디자인과 장식으로 1913 광주송정역 시장은 마케팅에 성공하였다. 광산구의 발빠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대응전략은 과거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까지 성공한 대표사례로 소개되었다.

그렇게 도입은 성공하였다. 젊은이들이 모여와 창업을 하고 몇몇 업체는 성공하고 체인점까지 내었다. 그러나 창업에 성공한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천만원이내의 임대료나 리모델링사업비를 지원받아 밑천이 떨어져 빠져나간 상가는 다시 채워지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물끄러미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진 도시재생정책을 바라만 보고 있다. 마중물이 더 필요하고, 불쏘시개가 더 필요하다고만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1987년 새마을금고 건물을 밀밭양조장으로 개조하여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주민자구노력, 주민역량강화에 기반한 도시재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물주들이 건물의 수명을 염두에 두고 설비 등을 개·보수해서 건물수명을 늘리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인 청년창업자들이 노후된 벽체에 벽지만 덧바르는 식으로 화장을 해서 가게를 열어 논 것이다. 건물주나 주민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젊은 청년들의 노고에 무임승차하여 편익만을 구가하고 있는 꼴이다.

광산구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은 10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으로 광산로 특화거리조성사업이 그 시초이다.

걷기 좋은 가로환경조성과 간판과 가로정비를 통하여 도시경관을 향상하는 사업이 이루어졌다. 상가번영회와 함께 불법 주·정차와 광고물, 그리고 노상적치 문제를 해결하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물적환경은 개선되었으나 시민의식은 아직도 답보상태다.

'광주송정역세권 도시활성화계획' 사업구역에 포함된 사업에는 2015년부터 시작된 '도산 7통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월산동에 이어 추진되고 있는 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일명 광주형 공동체주택사업)과 송정권 노인복지시설 건립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현지 개량용지인 자율주택정비사업이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의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광주시내처럼 소방도로가 개설되면 도로연변에 원·투룸주택 건설로 이어지지도 않고 있다.

'광주송정역세권 도시활성화계획'에서는 재생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송정역세권 센터 및 광장조성사업'과 '1913송정역시장 상가활성화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1913송정역시장과 광산로의 자연스러운 연계와 집객기능의 분산 및 특화계획은 발견할 수 없다. 송정 5일장과 매일시장의 활력을 활용해야한다. 장이 서는 날은 송정축제의 날이 되어야 한다.

누가 무어라 해도 송정재생을 견인할 성장엔진은 광주송정역의 개발이다. 정부의 지역별 특화거점화로 추진된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장미빛 비전만 제시하고 장기방치됨으로써 인접부동산 가격만 천정부지로 오르게 하고 말았다.

2016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투자선도지구 개발사업에 기대가 크다. LH가 문제다. 국토교통부도 손을 놓고 있다. 공기업제안형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업그레이딩 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지가를 잡고 개발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주민과 상인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

류영국

류영국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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