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꽃은 피어나니 고통과 슬픔은 다 잊으라

입력 2018.04.09. 16:21 수정 2018.04.09. 16:44 댓글 0개
김현옥의 음악이 있는 아침 작곡가/달빛오디세이 대표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샘하니 옛 속담처럼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겠다. 우리나라는 갑오경장 이듬해인 1895년부터 그레고리력을 썼다고 한다. 그레고리력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하여 1582년 공포한 것인데 새해 첫날을 1월1일로 보는 달력으로 오늘 날은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용을 하고 있다. 분명 한 해의 시작은 1월인데, 어쩐지 우리는 몸도 마음도 봄은 이제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달인 것만 같다. 사실, 옛날 신년은 지금의 3월이 아니었던가. 봄은 그래서 용수철처럼 갑자기 말을 꺼내도 되는 Spring인가 보다.

춘분이 지났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춥지도 덥지도 않는다는 기준. 예수가 부활했던 날을 정확히 모르는 기독교에서는 춘분 후 만월이 되는 때, 보름 다음에 오는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고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았고,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조개 하나도 벚꽃 필 무렵이 실하다고 하니, 인디언 체로키족이 말하는 4월.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 맞다.

봄이면 생각나는 작곡가가 있다. 일생이 겨울이었던 것만 같은 작곡가 슈베르트. 겨울 같은 생을 살면서 평생 봄날을 노래했고, 봄을 꿈꾸었으며, 아름다운 봄날에서 절망을 느꼈고, 마지막에는 봄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던 인물. 교향곡, 실내악곡, 피아노곡을 더불어 주옥같은 600곡의 예술가곡을 후대에 남겼지만, 그의 생활은 늘 궁핍했고, 생전에는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평생이라고 해봤자 세상에서 31년을 살았으니 그는 동백꽃처럼 처연한 짧은 생을 살았다.

독일의 예술가곡은 독일어로 Lied(리트)라고 하여 다른 나라와 구별을 둔다. 선율이 중심인 여느 가곡과는 달리 시와 음악의 비중을 동등하게 두는 것이 특징이다. 반주부는 선율에 종속되지 않고 선율과 동반하는 반주이며, 단순히 반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내용을 표현하도록 작곡된다. 노래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딱딱한 발음의 독일어를 노래로 승화시키면서, 시의 내용을 더욱 부각시킨, 그렇기에 리트는 음악적인 동시에 문학적인 장르라고도 볼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베토벤처럼 무겁거나 장중하지 않고, 결코 돋보이거나 화려하지 않다. 고전주의 형식적 틀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적인 구상과 함께 주관적 감정을 토로하며, 선율과 화성의 구사는 매우 자연스러우며 격하지가 않다.

특히, 그의 예술가곡은 과장된 모습의 격양된 아리아가 아니다. 그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시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의 악보에는 악상이 따로 기보되어 있지 않다. 절제된 분위기 속에 엄격하고 정돈된 박자를 유지했으며 결코 격렬한 표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가곡은 큰 연주 홀을 원하지 않는다. 울림이 없는 작은 연주 홀이어야 가사와 음악이 더욱 명료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부드러운 봄바람이 잠을 깨어 낮이나 밤이나 살랑 거린다/ 그 바람 온 세상 구석구석을 누빈다/ 오오 상쾌한 향기여, 오오 새로운 여운이여!/ 가엾은 나의 마음이여,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모든 것은 잘 되어 가고 있으니/ 세상은 날마다 아름다워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꽃은 언제까지나 계속 피어나리라/ 가장 멀고 가장 깊은 골짜기에도 꽃은 핀다/ 가엾은 나의 마음이여 번뇌는 잊어버리자/ 지금 모든 것은 잘 되어 가고 있으니/꽃은 피어나니 고통과 슬픔 다 잊으라’

그의 예술가곡 중 ‘봄의 신앙’의 가사이다. 봄이면 여기 저기 핀 수선화에 마음이 흔들린다. 물 속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다 죽은 소년. 세상에서 처음 보는아름다운 모습에, 그 모습이 자신인 줄도 몰랐던 나르시스(수선화). 이 봄. 깊은 사랑으로 자기에게 빠져 숨 거두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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