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희망’ 찾아온 이들이 외롭지 않을 광주이기를

입력 2018.04.05. 14:08 수정 2018.04.05. 14:23 댓글 0개
주현정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이게 나라냐” 2016년 그해 겨울 광장에서 터져나온 침통한 분노는 “나라다운 나라”라는 간절한 기대로, 촛불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980년 5월의 광주 금남로도 그러 했으리라. 서슬 퍼런 군사독재의 어둠속 무자비한 총탄에도, 진실을 알리려는 작은 불빛은 횃불로, 민주의 불꽃으로 피어났다. 이 땅의 민주주의만은 지켜 내야 한다는 시대적 책임감에 기꺼이 산화한 수많은 시민들. 그렇게 광주라는 도시는 대한민국 현대 민주사의 상징이 됐다. 인권과 평화, 나눔과 연대가 ‘광주정신’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중앙아시아를 떠돌던 고려인 동포들이 광주에 터를 잡고 집결한 이유도, 민선 6기 광주시가 아시아 각국에 ‘광주진료소’를 세운 배경도 바로 여기, 광주정신에 있다.

하지만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 살면서도 지친 한 몸 뉘일 작은 공간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있다.

‘쉼터’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지내는 외국인노동자, 난민들이다.

이곳은 ‘코리안 드림’의 부푼 꿈을 안고 광주 땅을 밟았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 체불과 폭행, 또 다른 이유로 오늘 밤 잠자리를 잃은 이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기 전까지 잠시 머무는 거처다. 인도 출신으로 국내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빅브라더’가 2014년 마련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허름한, 낡은 주택 한 채지만 지난 4년여 간 한 달 평균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20~30여명을 따뜻하게 품어 준 ‘사랑방’이었다.

어머니의 품 같았던 이 공간은 그러나 이달 말이면 뒤안길로 사라진다. ‘철거를 위해 4월 말까지 집을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아서다. 맞다. 재개발이다. 쉼터가 위치해 있는 지역은 도시정비사업 대상지, 이달부터 이주도 시작됐다. 갈 곳 없다고 마냥 버티고 있다가는 담을 넘고 들어오는 용역들에게 강제집행을 당하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사정이 어렵다고 나를 찾아오는 외국인노동자, 난민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있나요. 무엇이라도 해봐야죠.” 그간 쉼터를 운영했던 ‘빅브라더’는 안 그래도 없는 개인 자산을 처분해 이주비용 등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겨울, 본보는 이 같은 우려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광주시는 별도의 공간 마련에 대한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조합, 재개발 수주 건설사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에서 쉼터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다 주택조합, 시공사 측에 일방적인 제안을 강요할 수도 없다”면서도 “의미 있는 생활공간의 철거를 두고만 볼 수는 없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 달라진 건 없었다.

‘제안은 했으나 조합 측에서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는 광주시의 입장 변화만 있을 뿐.

오는 6월, 광주는 민주와 인권, 평화를 강조하며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고 주창하는 누군가를 새로운 리더로 선출 할 것이다.

그에게 바란다. 가장 낮은 이들의 곁에 서 있는 광주가 되기를. 그래서 진정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가 되기를. 더 이상 희망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은 따뜻한 곳이 되기를!

통합뉴스룸 주현정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