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발자국보다 공룡발자국이 더 많다
입력 2006.12.08. 00:00 댓글 6개
여수시 화정면 추도
오전에 봤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 물속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층층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행이 탄성을 지른다. 부안의 채석강보다 낫다는 백야도 이재언 목사님의 말씀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름답다.
`추도 대통령’ 비롯 4가구 사는 섬
추도에는 모두 4가구가 살고 있다. 효성 지극한 50대 중반의 조씨, 그는 팔순의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서 생활하고 있다. 뱃일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정신마저 온전치 않다. 얼마 전 극적으로 헤어진 자식들을 만난 후 다시 보고픈 그리움에 심하게 앓고 있다.
`추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씨, 젊어서 몇 척의 안강망배를 부리며 칠산바다와 연평바다를 누볐던 그는 노후에 비교적 안정되게 아내와 둘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추도의 유일한 어부 60대의 조씨, 그는 통발로 문어를 비롯해 고기를 잡는다. 급한 일이 있으면 추도의 유일한 발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할머니 혼자 생활하는 가구까지 모두 4가구 생활한다.
사실 추도에는 4가구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 마리 공룡들의 영혼이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섬을 돌다 보면 어디에서나 공룡들의 발자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움푹 들어간 곳이나 불룩 솟아오른 것이 어떻게 공룡발자국이냐고 생각했지만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759점의 공룡발자국
추도는 객선이 다니지 않는다. 사도에서 1만5000여 원을 주고 사선을 타고 와야 한다. 그 만큼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깨끗하고 원형이 잘 보전된 섬이다. 이런 탓에 잘못된 계획이 쉽게 섬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고증과 조언을 구하지 않고 관광위주의 개발을 추진하다 보면 수억 년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돌담으로 이용되고 시멘트에 묻히기도 하고 방파제 보수공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추도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1759점이며, 사도(755점), 낭도(962점), 목도(50점), 적금도(20점)까지 모두 3546점이 확인되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들로 아직 공룡알, 공룡뼈, 공룡분화석, 공룡이빨 등이 발견되지 않아 아쉽지만, 전문가들은 발자국의 규모만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추도를 비롯한 일대의 지층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발달한 퇴적암류와 이를 덮고 있는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더구나 퇴적형태도 연흔(물결흔적)구조를 비롯한 각종 변형구조들이 그대로 교과서다.
마르지 않는 2개의 우물
추도에도 학교가 있었다. 마을 뒤 산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한 언덕에 교사 한 동과 관사 한 동이 흔적으로 남아 있다. 관사 벽에는 붉은 글씨로 `김일성…’ 어쩌고 하는 바랜 글씨가 남아 있다.
추도에는 마르지 않는 2개의 우물이 있다. 이중 하나는 지금도 사용한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수도처럼 물을 사용하는 가구도 있지만 조씨처럼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언덕 중간에 위치한 샘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다 먹는 경우도 있다.
추도의 민가들은 모두 돌담이며, 전통적인 서남해 어촌의 민가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포구에서 폐교까지 이르는 길이 가장 긴 골목길이 자 섬의 유일한 골목이다. 50여 미터의 이 길 양쪽에는 우물이 2개, 전통화장실, 텃밭, 70년대 시멘트 지원사업으로 단장된 낡은 시멘트 계단 등이 있다.
물길 열리면 사도까지 갈라지는 바닷길
물길이 열리면서 사도까지 갈라진 바닷길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군부를 잡고 고동을 줍던 할머니 두 분이 굽은 허리를 이끌고 공룡발자국을 따라 위로 올라선다. 군부와 삿갓조개를 가득 담은 광주리를 힘겹게 바위에 올려놓는다.
추도대통령이라는 이씨댁 할머니와 혼자 사는 할머니가 사리 물때에 맞춰 갯것을 주우러 나왔다. 모두 잘 갈무리했다.
추도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이곳에 공룡발자국을 보기 위해서 찾는 정도다. 긴 꼬리의 붉은 노을이 사도 위로 흔적을 남기며 하루가 저문다.
김준 시민기자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mountkj@empal.com
▲가는 길: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6) 에서 사도행 배를 탄 다음 사도에서 1만5000여 원을 주고 사선을 타고 간다. 사도행 배는 오전 6시10분, 오후 2시20분 두 차례 운항하며 배삯은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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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어때요?
- "아시아 문화, ACC 박물관에서 간접 체험해요" 2023년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 워크숍 모습.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아시아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해 눈길을 끈다. ACC는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전시, 소장품 및 아카이브를 연계한 교육으로 시민 곁을 찾아간다.ACC는 다음달부터 6월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문화교육실5에서 인도네시아 바틱과 동아시아 출산의례를 주제로 'ACC 박물관 교육'을 운영한다.먼저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 인도네시아 바틱'에서는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인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와 연계해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기법인 바틱에 대해 알아본다.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를 다녀온 이혜미, 오세린 작가가 함께한다.인도네시아의 전통과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담은 시간으로 구성했으며, 바틱 직물을 활용해 오브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워크숍은 다음달 11일, 5월 9일, 5월 23일, 6월 27일 4차례 진행된다.'동아시아 출산의례' 교육 포스터.이어 아시아 출산의례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생활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강의도 열린다.이번 교육에서는 동아시아 과거 전통문화와 근현대에 이르는 민간문화를 포함해 출산의례를 알아보는 의식주 문화와 생활풍습에 대해 조명한다.교육은 총 3회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아시아플러스 연구진이 강사로 참여한다.다음달 16일에는 함한희 무형문화연구원장이 '성과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를 펼친다.오는 5월 28일에는 김효경 한남대학교 중앙박물관 특별연구원이 '한국 출산의례와 설화 속 삼신이야기'를 주제로, 오는 6월 25일에는 한남수 선문대학교 교수가 '붉은 색의 두 얼굴, 중국의 출산의례'를 주제로 강의한다.ACC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개편해 지난 1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 도시 전시'에서는 계절풍을 따라 동남아시아의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육과 문화교류, 항구도시에서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화려한 그림과 조각, 신성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양을 품은 옷과 직물 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등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신화와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 볼 수 있다.'ACC 박물관 교육' 참가비는 무료로, 신청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시아문화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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