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벤처정책 성공은 기업인과 투자가의 인식변화에 달려있어

입력 2018.04.02. 16:50 수정 2018.04.02. 17:20 댓글 0개
김진형 경제인의창 광주전남지방중기청장

지난달 칼럼에서 20년 전 벤처기업정책 입안 당시 초심은 정부의 개입이 없는 민간 주도 생태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었고, 선진국 수준으로 성숙하지 못한 생산요소 (자금, 인력, 기술, 입지 등)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 있다고 했다. 또한, 벤처기업 정책은 규제완화법으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성장 발전해 나가는데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민간 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 인력, 기술, 입지 등이 제공되게 하는 정책이라고 언급했다. 우리가 벤처기업 정책을 논할 때 벤처기업 초심에 있었던 벤처기업 정책 개념과 대상을 되새겨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벤처기업이란 개념은 벤처캐피탈에서 파생된 용어로서, 미국에서는 venture capital backed companies라고 한다. 우리는 벤처기업이라고 칭하는데 미국식 표현에 있는 벤처캐피탈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벤처기업의 개념을 다르게 구성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금융측면, 기업측면에서 연유한다.

우선 금융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벤처캐피탈 시장은 이 분야 최고 수준인 미국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20여년간 우리 벤처캐피탈도 발전을 거듭했지만 양적, 질적 면에서 미국의 수준까지 이르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시 벤처기업 개념, 정의를 정할 때 벤처캐피탈 투자기업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해서 한국식 개념으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금융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R&D 투자비율이 높은 기업도 포함했고,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지 않았고 R&D 여력이 없는 초기 기업 중에도 기술력이 있어 기술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은 기업은 벤처기업에 포함시켰다.

기업측면에서 볼 때 우리 기업들은 투자자로부터 간섭받는 것, 기업의 지분을 떼어내 주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 등으로 투자유치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벤처캐피탈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중소기업이 투자를 통한 기업성장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면도 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기업들은 투자 유치보다 융자금을 선호하고 이로 인해 실패시 신용불량자가 되어 재기가 어렵고 M&A가 활성화 되지 않게 된다.

벤처기업정책 대상에 대해서도 업력을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벤처기업 정책 입안 당시 ‘벤처기업=창업기업’이란 도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벤처기업 정책은 업력 구분없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었다. 당시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 법률 명칭이 ‘신기술.지식집약형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특별조치법’(국회 논의 과정에서 ‘벤처기업’으로 바뀜)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국제간 치열한 경쟁속에서 아무리 큰 대기업도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퇴한다. 소니와 노키아가 그 일례다. 동적 존재인 기업은 변하고 흥하고 쇠한다. 우리 국민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 세계적 강자가 되어 오래 존속하고 이런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벤처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적 거대기업이 많이 나오는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중소기업도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고 혁신을 통한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제1조 목적에는 “기존기업의 벤처(정부안에서는 신기술.지식집약)기업으로서의 전환과 벤처기업의 창업으로 촉진”으로 기재되어 있는 의미를 다시 음미해봐야 한다.

벤처기업 생태계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민간 즉 기업, 엔젤, 벤처캐피탈 등이 이끌어 가는 것이다. 우리 기업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업은 공유물이다. 지분을 내놓기 싫어 투자 유치보다는 정책자금을 선호하는 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엔젤이나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정책자금을 선호하는 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엔젤이나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기업에 간섭이란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갖고 투자 외에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보는게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래야 벤처기업정책의 궁극적 목적인 글로벌 대기업이 빨리 탄생되어 요즘처럼 우리 자녀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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