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文대통령, 아세안 핵심국 베트남 순방 마무리…외교지평 확대

입력 2018.03.24. 13:30 댓글 0개
양국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교역액 1000억 달러 달성 합의
우리나라 전체 4위 교역국 베트남…외교 전략적 중요성 점점 커져
베트남전 사건 관련 "양국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 메시지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아세안(ASEAN) 핵심국 베트남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외교 저변을 동남아시아로 성큼 넓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2박3일간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초청으로 베트남을 국빈방문했다.

새 정부는 미·중·일·러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무대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新)남방정책'이란 명칭의 아세안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그동안 주목을 덜 받았던 아세안으로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다원화된 협력외교를 추진해 나간다는 의지다. 아울러 한미 통상 마찰,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일본 정부와의 과거사 갈등 등이 반복되자 4대국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인식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아세안 대통령 특사로 보내며 아세안 협력 관계를 4대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을 공표한 바 있다.

아세안은 우리나라 제2 교역상대로 매년 3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베트남은 미국과 함께 문 대통령이 취임 이래 두번 이상 방문한 국가로 기록됐다.

베트남은 문 대통령의 올해 첫 순방지이자, 문 대통령은 베트남이 맞이하는 새해 첫 외국 정상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상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양국 정상회담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은 상호 양자방문 또는 다자회의와 같은 다양한 계기를 활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꽝 주석에게 우리나라 방문을 요청했고, 꽝 주석은 최대한 이른 시일에 방한하겠다고 답했따.

베트남은 우리나라 전체 제4위 교역국이며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제2위 교역국이다. 양국 교역액과 인적 교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아세안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베트남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역액 1위(42.9%), 투자액 1위(42.6%), 인적교류 1위(28.7%),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1위(44%)를 차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2020년까지 교역액 1000억달러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아세안 교역액 목표는 2000억달러다. 베트남이 단일국가로만 전체 아세안 교역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꽝 주석은 한-베트남 FTA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했다. 양국간 교역은 2015년 말 한-베트남 FTA 발효 이후 급성장했다. 지난해 한-베트남 교역 규모는 639억달러를 달성했다.

두 정상은 ▲교역 1000억달러 달성 액션플랜 ▲소재부품 산업협력 ▲교통 및 인프라 협력 ▲건설 및 도시개발 협력 ▲4차 산업혁명 대응협력 ▲고용허가제 등 6개 MOU를 맺으며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베트남이 2020년까지 산업화된 현대국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모델로 한 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경제협력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착을 위한 베트남 정부의 지지를 확인했다.

베트남전 당시 우리 파병군의 민간인 대학살 사건에 유감의 뜻을 전한 것도 의미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꽝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범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꽝 주석은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베트남 정부에 과거사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고 '불행한 역사'로 표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식사과는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후속조처에 따른 배상이 따른다. 그런 의미라면 오늘 발언은 공식사과는 아니다"면서 "베트남전에 참여한 여러 나라와의 관계, 내전에 민감해하는 베트남 정부 등의 상황을 감안해 우리 정부로서 할 수 있었던 최고치(표현이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에 고통을 준 데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발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발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다음 순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첫 중동 방문까지 마친 뒤 오는 28일 오전 청와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ego@newsis.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