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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역풍]막막한 자영업자들…"내 가게 놔두고 알바까지"

입력 2018.03.24. 10:02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아는 사장님은 자기 가게는 알바를 쓰고 본인은 배달일당 알바를 다니고 있대요. 알바를 쓰는 비용보다 자기가 나가서 버는 게 더 많아서 그렇게 한다네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최근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소비심리에 임금 부담까지 늘어나는 등 일선 자영업자들로서는 생존의 위기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A씨는 "본인이 다른 곳 배달알바를 한다는 사장님 얘기로는 '배달 인건비가 오르다보니 나만 열심히 하면 월 600만원도 벌겠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본인 점포를 운영해봤자 본인이 200만원을 채 못 가져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 점포 좀 인수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사장님도 마진이 1000원꼴도 안 남아서 인건비를 빼면 마이너스라고 한다"며 "딴 데 가서 일하는 게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힘들다. 하지만 가맹점이 아닌 가게들은 문을 닫는 게 낫다고 할 정도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침체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드는 분위기라는 말도 전했다.

A씨는 "예전에 일하던 일당 알바생들이 다시 돌아와 '일하던 곳에서 장사가 안 된다고 저보고 그만두라고 해요. 여기서 조금 더 일해도 될까요'라고 물어온다"며 "이렇게 일 안 나와도 된다고 하는 데가 많다더라"고 밝혔다.

임대료 같은 경우 오히려 상권별로 격차가 크다는 점도 덧붙였다. A씨는 "요새 경기가 어려우니 오히려 상가가 나가지 않으면 세를 못 받으니 알아서 내리는 분들도 많다"며 "63빌딩 쪽 상가 같은 경우 중국 관광객이 안 오다보니 타격이 굉장히 커서 절반 가량 임대료가 내렸다. 전반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 분위기가 엄청 심각하다"고 전했다.

서울 대학가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B씨도 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장기화된 침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임금이나 임대료 등이 계속 인상돼왔지만 이번 최저임금 같은 경우 그 전보다 훨씬 인상폭이 커져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반면에 경기는 계속 안 좋아지다 보니 올 초에도 매출이 올라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되면 매출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도 예년의 20% 정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주위에 장사하는 친구들을 보더라도 너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매출은 줄고 비용은 그대로이다 보니 나도 본사 파견직원과 저녁 알바생 등 2명을 줄이고 직접 몸으로 때우고 있다"며 "그러면 400만∼500만원 정도가 내 통장에 남아야 하는데 그대로 다 빠져나가고 있어 변한 게 없다. 올해는 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임대료 문제와 관련해서도 "2년마다 10%를 올리도록 건물주와 약속이 돼있지만 작년에 너무 힘들어 5%로 깎아달라고 하려 했는데 건물주는 15%를 얘기하더라. 그래서 다시 잘 얘기해서 10%만 올리기로 했다"며 "건물주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안 되다 보니 임대료로 전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임금 인상이든 소비심리 위축이든 다 부담된다. 모두가 연계돼있는 것 아니냐"며 "카드수수료나 통신사 적립 분담률 등이라도 우선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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