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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로 알려진 이윤택, 세금 밀려 '체납 독촉' 신세
입력 2018.03.23. 12:50 수정 2018.03.23. 13:45 댓글 0개본인 명의 부동산 속속 급매 처분…재산 은닉 의혹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도 수개월 간 세금을 내지 않아 납세를 고의로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단원들에 대한 상습 성폭행·추행뿐만 아니라 폭행, 모욕, 지원금 유용, 재산은닉 등의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이 전 감독측 재산·세금 내역에 관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감독은 본인 명의로 보유한 서울 30스튜디오의 세금을 지난해 말부터 납부하지 않아 최근 서울시 산하기관과 종로구청 등으로부터 '체납 독촉 청구서'를 송달받았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서울 30스튜디오와 부산 6층짜리 건물을 단독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들도 공동 명의로 몇 채 보유해 세금을 못 낼 만큼 형편이 어렵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자산가로 알려진 이 전 감독이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째 관할수도사업소로부터 30만여원의 수도세를 비롯해 일부 세금을 내지 않아 체납 독촉을 받고 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전·현직 단원 17명을 상습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피소당하자 변호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거액의 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사건인 만큼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을 각각 별도로 계산할 경우 수임료가 최소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보석으로 풀려나면 액수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이 사건을 얼마나 중대하게 인식하고 재력이 있는가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라도 수임료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형사사건은 원칙적으로 성공보수를 따로 받지 않도록 돼 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라 착수금만 해도 1000만원 이상은 요구했을 것이다.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까지 함께 진행하거나 구속, 유무죄에 따라 별도의 성공보수가 책정되면 수임료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감독이 본인의 송사에 대비해 거금을 지출하면서도 극단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비는 제때 지원하지 않아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변호인단의 한 변호사는 "이 전 감독이 여러 개의 건물을 소유해 재산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요즘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해 재산을 은닉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방어권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면서도 극단과 관련된 세금을 연체하는 건 이기적인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감독에 대한 형사고소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을 통한 책임도 물을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을 급매로 처분한 현금을 은닉할 것에 대비, 손배소 제기는 물론 재산 가압류를 신청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전 감독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6일 단원 숙소로 쓰인 수유리 소재 건물을 서둘러 매각한 데 이어 30스튜디오도 급매로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변호인단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자 단원들과 충분한 상의도 없이 처분을 시도한다면 문제"라며 "30여년이 넘는 오랜 기간 재산을 형성해 온 과정이나 단원들을 이용한 부당한 재산증식, 장부조작이나 증거인멸 등의 혐의가 밝혀지면 추가적인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 전 취재진과 만나 "죄송하게 생각하며 손해배상을 포함해 죄를 달게 받겠다"면서도 지원금 유용 의혹에 관해서는 "그건 제 소관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전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의문점이 발견됐다"며 "매년 개최하는 밀양여름축제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상당한 돈을 지원받았고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공연지원비를 받았지만 어떻게 사용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종언 변호사는 "단원으로 입단하면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통장과 도장을 수거해 이씨가 지정하는 재무담당 직원에게 보관하게 시켰다는데 극단을 나온 뒤에도 이 통장이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며 "본인 동의 없이 발생한 일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단원들은 월 50~60만원 가량의 돈만 받고 연극활동을 했고 극장이나 단원 숙소를 짓는 과정에서 직접 벽돌을 나르거나 미장을 하고 배관공사를 하는 등 건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어진 단원숙소나 극장 등이 최근 처분됐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안서연 변호사는 "이윤택씨 명의의 건물이지만 단원들의 땀이 어린 극장인데 이씨가 매도를 하고 있다"며 "가압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도 "극단이 해체되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단원도 많다"며 "이씨가 (건물을) 명의이전하는 등의 시도를 한다면 재산은닉으로 고소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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