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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도 수포로…KB금융 주총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부결

입력 2018.03.23. 12:15 수정 2018.03.27. 11:07 댓글 0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찬성률 4.23% 그쳐…정관변경 안건도 모두 부결
주총장서 노사 신경전…노조 '셀프연임 지적'에 윤 회장 "발언 신중하라"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KB금융지주의 두 번째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시도가 이번에도 무산됐다.

KB금융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주주제안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률은 출석 주식 수 대비 4.23%에 그쳤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25% 이상, 출석 주주의 과반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노조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도입 안건을 추진해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엔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실패했다.

노사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KB금융 이사회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통해 권 교수 선임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이에 노조는 법원에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맞섰다.

그러던 중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노조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ISS는 권 교수가 금융사를 포함한 상장 회사 이사회의 활동 경력이 없음을 문제로 삼았다.

지난 하 변호사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던 국민연금도 이번 권 교수 선임에는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노조의 안건에 대해 "현재 KB금융 이사회의 구성상 주주제안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KB금융 지분 9.6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두 번째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지만 KB노조는 계속해서 도입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주총이 끝난 뒤 "소수주주권 확립이란 차원에서 다음 주총때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가 올린 정관변경 안건도 이날 모두 부결됐다.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 배제를 위해 정관 제36조를 변경하는 제7-1호 의안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 4.29%로 부결됐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배제하기 위해 정관 제48조를 변경하는 제7-2호 의안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 31.11%로 부결됐다.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 통과되려면 출석 주식수 대비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날 주총에서도 노사는 강하게 대립했다. 노조는 주총의 진행을 맡은 윤종규 회장을 향해 "채용비리 의혹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는 게 적절하냐"라고 지적했고 윤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성실 협조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노조는 또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온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에 대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임을 지적하며 낙하산 인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정권가 가까운 사외이사를 선임해) 그분들의 영향력을 고려하거나 혹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사외이사에 대한 회장의 영향력을 두고서도 언쟁이 오갔다. 특히 노조가 "사외이사들이 회장의 셀프연임을 돕는 구조"라고 한 데 대해 윤 회장은 "듣기 거북한 부분이 있다. 더 신중하게 발언해달라"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선우석호 서울대학교 교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변호사 등 3인은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유석렬·박재하·한종수 등 3인의 기존 사외이사는 연임됐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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