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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라면 이렇게···동갑내기 주장 양희종·정영삼 '펄펄'
입력 2018.03.23. 12:13 댓글 0개【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주장은 감독이 들어올 수 없는 코트에서 감독이나 다름없다.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고 벤치의 지시를 원활하게 전달해야 한다. 판정 어필도 주장의 몫이다. 경기력은 기본이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나이로 서른다섯 동갑내기 주장 양희종(34·KGC인삼공사)과 정영삼(34·전자랜드)이 주장의 품격을 뽐내고 있다.
둘은 1승1패로 팽팽한 시리즈에서 나란히 3차전 승리를 이끌며 팀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했다.
'전담 수비수' 이미지가 강한 양희종은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3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공수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경기 초반 오세근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101-80, 21점차 대승을 거뒀다. 오세근은 1쿼터 초반 왼 발목 부상으로 코트에서 떠났다.
양희종은 주장이자 베테랑답게 한 발 더 뛰며 '오세근 데미지'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장기인 수비와 리바운드는 기본이고 공격에서 침착한 운영과 패스로 경기를 풀었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곧장 양희종을 불렀다. 양희종은 "'감독님께서 골밑 수비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으셨다. (오)세근이 대신 누구를 기용해서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의견을 주셨고, 나는 '한희원이 괜찮을 것 같다. 내가 밑에서 수비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기용과 전술 등에서 자기고집이 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양희종, 오세근 등과 의견을 자주 주고받는 편이다. 양희종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 하기에 자연스레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 김 감독의 '믿는 구석'이 양희종이다.
활동력 많기로 소문난 양희종은 이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평소보다 더 뛰었다.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세근이가 다치면서 선수들이 더 뭉친 것 같다"며 "다른 것은 없다. 무조건 현대모비스를 이기고 싶다"고 했다.
양희종은 유독 큰 경기에서 강하다. 인삼공사가 첫 챔피언에 올랐던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넣었고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는 3점슛을 무려 8개나 꽂으며 우승을 이끌었다.
하루 뒤인 22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전자랜드 주장 정영삼이 주인공이었다. 정영삼은 전반에 3점슛 5개를 꽂는 등 17점을 올렸다.
전자랜드가 초반 KCC의 지역방어를 가볍게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다.
2007-2008시즌 전자랜드에 입단한 정영삼은 이번이 10번째 시즌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던 정영삼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46경기에서 평균 4.5점 1.2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슈터 출신임을 감안하면 내리막길이다. 정규리그만 두고 보면 커리어에서 가장 부진한 시즌이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터졌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39점을 올린 브랜든 브라운이지만 초반 주도권 싸움을 이끌며 큰 점수 차로 달아날 수 있게 이끈 이는 정영삼이다.
정영삼은 "노장이다. 출전시간이 많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베테랑으로 (제몫을 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었다. 오늘은 조금 면목이 선다"며 "4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아직 챔피언결정전에 가 본적이 없다. "이번에는 꼭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인삼공사와 전자랜드는 정규리그에서 5위와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나란히 상위팀인 현대모비스(4위), KCC(3위)에 2승1패로 앞서 있다.
2005~2006시즌 이후 12년 만에 동반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 혹은 선수)의 반란'을 눈앞에 뒀다. 인삼공사는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전자랜드는 24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4차전을 치른다.
두 주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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