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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MB 결백 외친 날, 사위는 뒷돈

입력 2018.03.21. 05:00 댓글 0개
2007년 대선 경선 연설회 당일 뇌물수수
가훈에 '정직' 쓴 달, 다스 소송비 대납돼
"도덕적으로 완벽" 자부 땐 특활비 수수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지난 2007년 8월6일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연설회장.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합동연설회에서 이같이 외쳤다. 이 전 대통령은 "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허풍입니다"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최근 검찰이 조사한 결과 이날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는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주요 금융 관련 기관장에 임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BBK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정국이 뜨거웠던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받는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지만 그런 외침은 현실과 반대였던 것이다.

21일 뉴시스가 취재한 결과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곳곳에 담겨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런 상황은 2007년 대선 전후로 더욱 빈번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17일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있고 난 다음날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71) 여사는 이 전 회장 측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았다. 이 역시 이 전 회장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이후 경선 후보에서 승리한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25일 대선 후보자로 등록했다. 당시 그가 프로필에 적은 가훈(家訓)은 정직(正直)이었다.

그러나 후보자 등록 약 일주일전이었던 2007년 11월19일부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스 미국 소송에 투입된 유명 로펌 에이킨검프 측에게 삼성이 12만5000달러를 송금한 것이다. 유력한 후보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셈이다.

소송을 맡은 김석한 변호사는 이미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학수 전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소송비를 대납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였다. 요청을 받은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한나라당 경선을 통과한 만큼 향후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이후 김 변호사에게 삼성 쪽에 고맙게 생각하고 계속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전해달라"는 취지로 주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임을 자부했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30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그 무렵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원 전 원장은 국회의 경질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장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보답과 향후 직 유지, 예산 편성 등 편의를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며 김희중(50)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을 보낼 것을 이야기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담당 예산관에게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돈은 이 전 대통령이 기거하는 청와대 관저 내실로 옮겨졌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임하던 2011년에는 다스를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게 상속하기 위한 프로젝트까지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라 불리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은 대통령 퇴임 후 활동 계획과 재원 등에 관한 일명 'PPP(Post Presidency Plan)' 기획안을 작성해 보고했다.

이 기획안은 이 전 대통령이 그간 숱하게 논란이 불거져 왔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제 소유주임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시형씨가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가능하게 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 기획안을 그대로 승인해줬다.

앞서 검찰은 이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년 전 되물었던 '한 방에 간다'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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