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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장 몰리는 투자자들'…정부 재건축 규제 '풍선효과'

입력 2018.03.20. 06: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지난 주말 서울, 과천을 비롯한 수도권 모델 하우스에 예상을 웃도는 '구름 인파'가 몰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양도세 중과 등 꼬리를 무는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견본주택을찾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등 청약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풍선 효과 등 규제의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고개를 든다.

2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6~18일 수도권에 분양한 모델하우스에는 강력한 규제와 금리인상 등에도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 기간 수도권에서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단지는 서울 2곳, 인천 1곳, 경기 3곳 등이다.

최다 인파가 몰려든 단지는 단연 '디에이치 자이 개포'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에는 업계 추산 지난 3일간 4만3000여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집객된 수치일 뿐이다. 모델하우스 문 앞에서 장기간 대기하다 지쳐 돌아간 이들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권역과 가까워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과천에도 구름인파가 형성됐다. 경기 과천시 원문동과 별양동에 분양하는 '과천 위버필드' 모델하우스에도 지난 3일 동안 2만6000여명이 내방했다.

두 개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인기는 없었지만 같은 시기 분양한 강남구 논현동 '논현IPARK'와 인천 '계양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등에도 규제강화 시기 치고는 사람이 꽤 모였다.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진데다 이전보다 청약요건도 강화됐다. 또한 금리인상도 예상돼 향후 대출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청약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풍선효과'와 '규제의 역설'로 이를 설명했다.

지난 3~4년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소위 큰 손들이 돈을 굴릴만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그나마 재건축으로 흘러가던 뭉칫돈이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갈 곳을 잃으면서 청약시장을 향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국 JK주택·부동산정책연구소장은 "잇따른 규제강화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 수익이 보장되고 시세차익이 확실해 보이는 곳에 수요가 더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금 대출이 막혔지만 자금여력이 되는 이들 입장에서는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확실해 보이는 분양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고 모든 청약단지에 구름인파가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에 당첨됐는데도 계약을 하지않으면 수년간 청약기회가 박탈된다"며 "이전같은 '묻지마 청약'이 사라지면서 단지 별 양극화가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봤다.

이어 "수요가 진짜 수익성 있는 단지에만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어떤 단지에는 구름인파가 모여드는데 다른 단지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식"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규제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규제의 역설'도 들었다.

이 소장은 "(디에이치 자이의 경우) 중도금 대출도 안된다, 위장전입도 조사하겠다며 정부에서 전방위 압박을 가해오자 소위 돈 가진 사람들 사이에 오히려 관심이 더 커졌을 수 있다"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단지가 되면서 희소성이 커졌다. 앞으로 가격이 올라 로또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투자자 사이에는 규제해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형성됐다. 특히 강남권 포함 '서울은 불패'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소장은 "특히 강남권 규제가 심해지자 소위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 앞으로 점점 인(in)서울, 인 강남 등이 어려워질 것이란 생각이 퍼졌을 수 있다"며 "이같은 생각이 규제에도 수요가 몰리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봤다.

다만 이같은 관심이 실제 청약과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양지영 R&C연구소의 양지영 소장은 "대출규제로 자금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어 이전보다 자금상환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 뒤 입주시점에 시장이 침체된다면 매물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런 리스크가 있는 만큼 모델하우스에 집중된 관심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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