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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꿈’, 이대호 “주장으로 우승, 사직 팬들께 술 한잔 올리고파”
입력 2018.03.19. 15:39 댓글 0개롯데 이대호(36)는 올해로 18년 째 프로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베테랑 타자다. 매 순간이 살얼음판 경쟁인 프로 세계에서 20년 가까이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베테랑 타자가 홀대를 받는 현대 야구 속에서는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이대호는 단순히 선수생활의 연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롯데의 상징적인 타자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후에는 꾸준히 지금의 정점 자리를 지켰다. 9연속경기 홈런, 타격 7관왕 등 숱한 개인기록의 홍수 속에서도 그는 딱히 큰 부침이 없었다. 기복 없는 활약은 그를 일찌감치 ‘구도’ 부산의 상징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 ‘부담’과의 정면승부, 언제나 승자였다
최고의 스타가 항상 마주쳐야 하는 숙명이랄까. 그는 한평생을 ‘부담’ 속에서 살았다. 한국에서는 ‘조선의 4번타자’로, 일본리그에서는 바다 건너 온 ‘외국인타자’로, 꿈의 메이저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 천장을 뚫은 ‘코리안리거’로 이를 악물어야 했다. 짊어진 부담은 높은 곳으로 갈수록 항상 거대해졌다. 결코 작아지거나 없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전쟁에서 사투를 거쳐 이겼다.
지난해 화려하게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부담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국내선수 연봉 1위, 또다시 맡은 4번타자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만한 부담조차 아주 작게 느껴지는 마음 속 간절한 꿈이 있었다. 바로 주장의 소임을 맡아 롯데의 오랜 염원인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 주장 2년 차, “완장 찼을 때 우승해야죠.”
이대호는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한 시즌을 시작하는 소감과 함께 올 시즌 목표를 담담히 밝혔다. 그의 시즌 목표는 명확했다. 늘 그랬듯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이대호는 “올해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나이와 위치가 됐다. 반드시 우승을 경험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압박감이 클 만도 했지만, 그는 시즌 시작 전부터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단순히 개인의 영예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아준 팬들의 염원을 생각해야 했다. 이대호는 “부산과 롯데 팬 분들이 그 무엇보다도 크게 원하시는 게 바로 우승이다. 저도 팬들 만큼 간절하다. 올해가 주장으로는 마지막 해일 것 같다. 우승을 이끈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겠나. 주장으로 있는 동안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을 위해 자신에게도 스스로 엄격해지기로 했다. 2018년에는 ‘이대호’ 개인보다 철저하게 ‘롯데’라는 팀을 먼저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대호는 “중심타자로 매 년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 자리는) 못 하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들 모두가 다 같이 잘 해 롯데라는 팀이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내가 잘 하고 못 하고는 결코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 개인 목표도 올해는 ‘롯데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이대호가 상상하는 우승 시나리오
그가 이토록 우승에 간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승을 경험하지 못 한 오랜 세월만큼이나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경험한 아쉬움이 컸다. 이대호는 “선수들 모두가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겪은 아픔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을야구) 패배란 게 얼마나 억울한가’에 대해 제대로 느꼈을 것이라 본다. 그 만큼 승부욕이 더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과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나오자 그는 조심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신인시절부터 꿈꿔온 롯데의 우승은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흥분케 만들었다. 이대호는 “우승을 한다면, 이미 준비한 시나리오가 있다. 사직구장을 찾아주신 모든 팬 분들과 함께 술 한잔 마시고 싶다. 제일 연세가 많은 팬 한 분을 그라운드에 모시고, 제가 직접 잔을 채워드리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연세까지 우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부산시내 술이 모두 동날 때까지 한번 마셔보고 싶다. 내가 따로 준비한 술들도 있다. 준비는 다 돼 있으니 이제 정말 우승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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