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가성비(價性比)

입력 2018.03.14. 14:51 수정 2018.03.14. 14:56 댓글 0개

‘가성비(價性比)’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이다.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의 외관이나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가를 나타낸다. 특정 상품이 소비자가 지불한 돈에 상응하는 외형적·심리적 만족감을 채워주는지 여부다.

제품 생산업체나 유통, 판매업체들은 빅데이터 등에 바탕해 소비자의 기호(입맛)를 살펴 물건을 만들어내거나 품질을 맞춘다. 이른바 마케팅 전략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소비 역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소득 수준을 겨냥한 프리미엄과 가성비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는게 대표적 예다. 상위 소득 가구를 위한 프리미엄 매장을 꾸며 고급 식료품이나 고급 가전제품 등을 선 보이는가 하면, 중하위권 소득의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중저가 상품을 내놓는 전략이 그것이다.

적은 비용을 들여 소비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이들을 상대로 한 ‘페이크슈머((Fakesumer)’도 판매 전략의 하나다. 페이크슈머는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한 용어다. 고가의 진짜 제품이 아닌 가성비 높은 가짜를 소비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고가의 제품과 비슷한 가짜상품(짝퉁제품)을 소비하거나 진짜가 아닌 가상의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특징을 갖는다.

고가의 화장품 대신 그와 비슷한 성능의 ‘저렴이’화장품을 이용하고, 명품 패션이 아닌 ‘페이크패션(기존 디자이너의 제품 로고를 우스꽝스럽게 바꾸거나 인조 모피 등 재질을 바꿔 생산한 제품)’을 소비한다. 여행 관련 각종 서적들을 읽으며 진짜 해외여행을 하는 (가상)경험을 맛보고, 먹방(먹는 방송)을 보고 자신이 그 음식을 즐기고 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등이다.

흔히 사람들은 ‘물건 값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제값에 걸맞는 물건이어야 함을 의미하는 속어다. ‘가성비’를 제대로 풀이한 말이기도 하다.

이를 물건이 아닌 사람에 비유하자면 ‘밥 값’을 하고 있느냐와 연관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제값을 해야 소비자와 그 사람을 상대하는 또 다른이들을 만족시킨다.

2007년 대선 직전 한 사업가가 이명박 전 대통령(MB)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명품가방 의혹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가방 자체가 고가의 제품인데다 그 안에 또한 거액이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MB측에서 곧바로 돌려 주었다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 역시 심상치 않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결코 짝퉁이 아니었을 그 명품 가방의 가성비는 어느 정도나 됐을까.

더욱이 본인의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선물(?)받은 가방에 돈다발까지 가득들어있었다니, 제품의 효용가치는 서민의 상상을 불허했을듯 하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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