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한전공대´라는 화두

입력 2018.03.14. 09:09 댓글 0개
김옥경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중국 당나라 마조도일 스님이 날아가는 들오리 떼를 가리키며 물었다. "위의 저것들은 무엇인고?" 이에 선승 정상좌((政上座)가 대답했다. "들오리 떼입니다." 마조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는고?" 대답이 이어졌다. "벌써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조가 정상좌의 귀를 잡아끌자 상좌가 아파서 소리 질렀다. 대사가 말했다.

"아직 여기 있는구먼, 어째서 벌써 날아갔다고 하는고?" 정상좌가 크게 깨달았다.

'야압자(野鴨子)'로 널리 알려진 공안이다.

선불교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제시한 문제를 공안, 화두(話頭)라는 말을 쓴다. 화두는 스승이 제자에게 깨우침을 얻게 하려고 제시하는 문제로, 화두를 풀기 위해 제자는 절박한 노력을 기울이고 어느 순간 사고의 전환을 이뤄 비로소 답을 얻었다. 선교에서 화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진리찾기인 셈이다.

오는 6월 실시되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전 공과대학(KEPCO-TEC·한전공대) 유치가 지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대표 공약 중 하나로, 오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총 5천억원의 예산이 대거 투자되는 대형 국정과제다.

한전공대는 현재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국제적인 컨설팅 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올해 연말 부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이 앞다퉈 한전공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과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자와 일부 기초자치단체장 출마자들은 저마다 한전공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광주를 비롯해 전남 중부권과 동부권, 서부권 등 광주·전남 전 지역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한전공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아전인수'식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얼토당토않는 공약을 남발하며 민심을 현혹하는데 만 혈안이다.

정작 중요한 한전공대를 어떻게 구성하고 장래 확장성은 무엇이며 학교발전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등에 대한 중대 알맹이 채우기와 같은 진정한 진리찾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한전공대는 사업규모는 물론 대학 유치에 따른 이미지 개선 등 지역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지역의 중요 프로젝트다.

특히 지역의 균형 상생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중대 사안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출마자들을 통해 정치 쟁점화되면 갈등이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설립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선거 출마자가 무책임한 여론전으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적절치 못하다.

지역 발전을 진정으로 이끌어 낼 화두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옥경 경제부장 uglykid7@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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