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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MB정부 때 고등학생까지 여론조작 동원 계획

입력 2018.03.13. 16:12 댓글 0개
이재정 의원, 경찰청 보안과 작성 내부 문건 공개
'댓글조작' 동원 단체에 '한국고등학생포럼' 적시
청년·대학생 단체, 정치인·유명인사 단체도 포함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이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등학생들까지 댓글조작에 동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국회의원이 입수한 경찰 내부 문서에 따르면, 2011년 당시 경찰청이 보안요원 뿐만 아니라 총 23개 보수단체 회원 7만여명을 여론 조작에 동원할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 고등학생 포럼'이라는 단체도 포함시켰다.

경찰청 보안2과에서 2011년 4월18일 특별취급 인가를 받고 만든 '안보관련 인터넷상 왜곡정보 대응 방안' 문건에는 국가안보 관련 인터넷 이슈 발생시 악의적·편파적인 정보전달로 인한 사실 왜곡 대응 일환으로 사안에 따라 1~3단계별 대응 방안이 적시됐다.

1단계는 네티즌 관심이 미미한 사안으로 보안사이버수사요원 88명을 동원해 대응토록 했고, 2단계는 왜곡여론이 확산될 경우 보안사이버수사대를 포함해 전 지방청·경찰서 보안요원 전원(1860명) 투입해 대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왜곡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3단계에는 보수단체 '동원령'이 떨어진다. 보안요원 전원은 물론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보수단체 회원 7만7917명이 해당된다.

경찰청 보안국이 여론에 퍼뜨릴 내용을 정리하고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투표 참여 등을 독려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보수단체 중에는 '한국고등학생포럼'이 포함됐다. 2010년 9월 설립된 이 단체는 당시 회원수가 236명으로 문건에 적시됐다.

또 '한국대학생포럼', '청년 우익호국연대', '보수주의 학생연대', '우익청년모임' 등과 같은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도 있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보수 지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됐고, 한국 고등학생 포럼은 한국대학생포럼의 멘티 단체다.

이밖에 '전원책 팬카페 정치아카데미', '전여옥을 지지하는 모임', '대한민국 한가족 어버이연합회', '자유한국포럼' 등과 같이 진보정권이나 친북세력을 반대하는 단체나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노노데모' 단체 등을 동원 가능한 보수단체로 경찰청은 지목했다.

경찰청은 이 같은 계획의 실행방안을 구체화 한 '보안사이버 인터넷 대응조치계획'이란 문건을 같은 해 8월18일 작성, 배포했다.

문건에는 사이버보안요원들이 기존에 개설한 실명 ID는 물론 차명 ID 등을 개설해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당부성 글을 올려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는 등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조직적인 대응방법으로는 '지방청별 보안수사요원 1명을 통해 구두로 전달', '경찰서별 보안기능의 오피니언 리더격인 1인에게 구두 전달' 등의 구체적인 지침도 적시됐다.

경찰청 보안국은 유의사항으로 "인터넷 여론조작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향후계획에서는 "공개성 정도, 이슈별, 대응 대상의 실태 등에 맞는 적절한 수단을 통해 왜곡·과장된 보안업무 관련 인터넷 여건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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