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미투운동 언제까지 용기 있는 폭로로 놔둘 텐가

입력 2018.03.13. 09:04 수정 2018.05.08. 08:53 댓글 0개
김나윤 법조칼럼 변호사(김나윤 법률사무소)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로는 최근 미투 파문의 대명사 격인 이윤택이 1990년대 각본을 쓴 영화제목이다.

내용은 밤 귀가길에 두 남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이 키스를 시도하는 한 남자의 혀를 깨물어 상해죄로 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면 피해 여자는 1심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상해죄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윤택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관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폭력을 오랜 기간 지속해왔으니 참으로 몰염치의 극치다. 사과문에서는 한 술 더 뜬다. 야수 같은 성추행을 일컬어 ‘관습’이라 슬쩍 피하는 재주를 부린다. 명백한 성폭력을 관습이라는 요상한 말로 얼버 무리려 한다. 속된 인물들이 성폭력을 피하는 대표적 수법이다. 성폭력이 관습인 나라도 있나.

문제는 이윤택같은 인물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문학, 예술, 대학, 연예계, 종교계, 급기야 유력 대통령 후보 안희정 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폭로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감에 사로 잡힌다.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구석이 없다. 이제껏 살아 남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안희정 충남지사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는 jtbc 방송에 나와 국민이 보호 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솔직히 그 모습을 보면서 울컥 했다. 이윤택의 말처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런 고통을 겪어 하는가라는 생각에 짠하고 분했다. 그렇다 결연히 국민이 나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기 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거나 사건 자체를 부인하고 본다. 이런 가해자들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해 그동안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던 사회 곳곳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으니 그 용기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서 수많은 이름 없는 미투자들을 어떻게 보호 할 것인지 고민해 본다.

우선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면 ‘왜 그런 옷을 입었느냐?’ ‘왜 밤늦게 그 자리에 있었느냐?’와 같이 오히려 여성 피해자를 추궁하고 피해자 탓으로 돌린다. 일명 ‘꽃뱀 논리’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피해자들의 입을 봉인해 버리고 만다. 미투 운동을 이끌었던 서지현검사도 “잘 나가는 남자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수많은 이름없는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죽이며 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피해자들을 보호할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현행법체계하에서는 미투운동으로 피해자가 범법자로 돌변 할 수 있다. 현행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허위의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일지라도 이를 공개하게 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폭력 같은 명예훼손은 사실이라면 명예훼손죄를 면하게 법 손질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법(남녀고용평등법 등)은 성희롱 가해자가 아닌 사업주를 통해 간접 제재로 인해 예방 효과가 적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해 근로자의 지위를 협소하게 규정해 사각지대가 생기며, 현행 성희롱 관련법이 여러 법에 분산돼 있어 실효성도 적다. 따라서 심리적 위드유(#with_you, 함께 하겠다는 뜻)를 넘어서 제도적 위드유도 절실하다.

미투운동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사회적 보호 시스템도 정비해야 할때다. 미투 운동은 실명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투 운동 참가자는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기피인물이 되기 일쑤다.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발동이 걸렸다. 다행히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국회에 성폭력 근절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10여개 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의 주요골자는 의도적인 사건 은폐를 금지하고 가해자 처벌 강화,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들이다.

또한 경찰청은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는 ‘미투’ 신고자가 가명 조서 작성이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아울러 여성가족부도 해바라기센터 등 피해자 지원기관의 피해자 상담기록지를 가명으로 기재할 수 있음을 피해자들에게 안내하고 경찰 수사단계에서도 ‘가명조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나름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사회 소셜 네트워크나 언론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 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침이 얼마나 효과적일 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미투운동은 오랜 세월 남성위주 낡은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한 사회 변혁의 출발 점이다. 미투 운동을 언제까지 참가자의 가상한 용기로만 놔 둘 것인가. 그랬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지 모른다. 유명인은 고소라도 하지만 수많은 이름 없는 여성들이 보호막 밖에서 시름하고 있다는 사실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김지은의 말처럼 정말 국민이 나서 보호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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