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공론화 필요하다" vs "더 복잡해질 뿐"

입력 2018.03.12. 08:39 수정 2018.03.13. 10:08 댓글 0개
'마지막 5·18 진상규명 기회, 제대로 준비하자' (하)엇갈리는 방법론
기념재단, 독자적 진상조사 준비·전략 수립 마쳐
재단 외 인사들 "광주 현지 합의안 위한 논의 필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5·18특별법)이 6개월 뒤 시행을 앞둔 가운데 5·18 진상조사를 위한 5월 관계자들의 방법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시행령이 제정될 남은 6개월 동안 5·18진상규명 준비를 해야 한다는 큰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공개적으로 할 것인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통해서 추진할 것인지를 놓고 입장이 갈린다.

11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특별법 제정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진상규명대응팀(대응팀)을 운영해 왔다.

대응팀에는 공중파 방송 언론인, 5·18전문가, 5·18문제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그간 대응팀은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정식으로 운영될 경우 진상 조사 우선 과제를 14개로 정리했다.

발포, 교도소 습격설, 지휘체계 이원화 ,북한군 개입설,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과잉진압과 5·18 사전기획설, 계엄군의 광주양민학살 공소제기 여부, 국제범죄로서의 5·18 진압행위와 국제형사재판소 소추 가능성 등으로 조사 과제 10개와 법률 검토 과제 2개, 아직 정리되지 못한 과제 2개 등 총 14개다.

단순히 정리만 한 것이 아니라 지난 38년간 판결, 언론보도, 학술논문 등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던 이력을 정리했고 관련해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나 근거, 구술 자료는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접근법도 담았다.

기념재단은 이 같은 대응팀의 성과를 조사위가 출범하면 전달해 제로베이스가 아닌 현재까지 나와 있는 성과의 토대 위에서 진상규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향후 조사위가 증인으로 소환·조사해야 할 인사들의 각종 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대응팀의 활동 결과를 공론화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 기념재단의 판단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전문가들이 그동안 특별법 시행 후 성과를 정리했다"라며 "이 내용들이 공개되면 저쪽(신군부)에서 대응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 것에 휘말리면 안 되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조사위원 선발에 대해서는 '마지막 5·18 진상규명 조사'에 사명감을 갖는 것은 물론 철저한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이사는 "법률적인 지식, 5·18자료 조사에 능통한 연구자들로 구성돼야 한다"면서 "향후 대응팀은 광주지방변호사회와 연구자들과 4월내로 토론회를 갖고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위한 논의와 국제법으로 전두환·노태우를 다시 재판하는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5·18민주화운동의 자료를 수집하며 '걸어 다니는 5·18 백서'로 불리는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도 향후 조사위 활동이 최고도로 정밀한 작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기록들을 받아내는 것이다"라며 "일부 기록들을 폐기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중요 기록들은 아마 보존돼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당시 책 3권 분량으로 작성됐을 상황일지가 현재 50쪽 분량밖에 확보되지 않은 점이라던가 실적기록인만큼 결코 없앨 수 없는 헬기 조종사의 헬기 운용 기록이 그런 것이다"라며 "신군부가 1988년 청문회를 대비해 만든 511위원회의 프레임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진상조사의 전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5월 단체의 입장과 달리 5·18 당시 옛 전남일보 취재기자로 활동했던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5·18 진상조사 관련 제반 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광주 현지의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인적 장치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가칭 '5·18진상조사 광주지원위원회'(약칭 광주지원위)로 명명한 나 관장은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선임된 이후인 4월 초까지 광주시, 5·18 단체, 5·18연구소, 조선대 민주화운동연구원, 5·18역사왜곡대책위, 5·18기록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시민단체협의회 등이 참여해야 한다"라며 "이후 광주 합의안을 만들어 국방부와 연석회의 갖고 광주 현지 의견이 반영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또 "광주지원위원 중 시행령 제정 관련 법률 전문가를 국방부 전담팀에 파견할 것을 요구하고 진상조사위원 구성원에도 광주 인사를 포함하도록 요청해야 한다"라며 "또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군 관련자들의 증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승적인 큰 결정이 있어야 마지막 진상규명의 기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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