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철학이 없는 사회

입력 2018.03.11. 15:50 수정 2018.03.11. 15:59 댓글 0개
손정연 아침시평 언론인/전 한국언론재단 이사

“생각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성격이 되니까.

성격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운명이 되니까.”

마더 테레사 수녀의 시로 알려진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을 조심하세요!’다. 최근 돌아가는 우리사회 모습을 보면 이 시가 의미 있게 곱씹어진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큰 지혜”라는 말이 매우 실감나는 요즘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과 ‘성추행 의혹’ 폭로에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전격 연기한 정봉주 전 의원 등 미투로 인해 지난 한 주는 내내 말의 홍수로 범람했다.

그 가운데 “좌파들이 더 걸렸으면 좋겠다.”, “안희정 사건, 임종석 실장이 기획했다던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은 공당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내용이었다.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참담하다. 권력이 타락했다”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발언은 그래도 현실 인식이 있다.

우리사회 마초적 민낯들은 또 있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에서 나타난 언론과 자본권력 유착의 부끄러운 얼굴이다.

MBC 탐사보도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일부 기업·언론사 간부들 사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보면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혈맹’이니 ‘동지’,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다”,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다. 아는 척해주면 좋을 것 같다.” … 기가 막힌다.

국정농단 세력들에 대한 잇단 법원 선고와 온갖 비리연루 혐의로 측근들이 하나 둘 구속된 끝에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회 각 분야로 계속 번지는 미투 운동 등 숨 돌릴 틈이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진단이 있을 수 있겠으나 ‘상품화된 사회의 역습’도 그 하나라 할 수 있다. 물질주의 가치관의 상품화된 사회에선 인물은 물론 사람의 행위까지 상품화한다.

대중에게 잘 팔릴수록 상품화된 개인은 특화된 인기에 비례해서 더 큰 권력이 되고 괴물이 되어 간다. 박근혜-최순실, 이명박, 고은, 이윤택, 안희정 … 모두가 그렇다. 이들에게서 나타난 공통점은 하나같이 이 세상이 모두 자기 것인 양 행동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란 없다. 오만이다.

상품화는 따지고 보면 태생적으로 불안정성을 스스로 내포하고 있다. 상품화란 특정 부분을 의미부여 해 특화하는 것이고, 일면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렇게 특화, 극대화된 상품화는 결과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는 ‘편향성’을 본질적으로 간직한다. 편향성이 장려되는 상품화된 사회는 따라서 이미 균형성을 상실한데서 상식 밖의 사건들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우리사회 내 상품화가 부추겨 고착되고 구조화된 비인간적인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작업이다. 이 틀을 깨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상품화된 권력’으로부터 비롯된 짐승적인 폭력과 말 폭탄, 그리고 탐욕의 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강고한 물질주의 가치관이 우리사회 연대의식과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로 본 한국인의 가치관 변동’을 추적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가치관은 1980년대 물질주의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일정 정도 소득이 증대되면 너그러워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인권과 환경, 자유 등 ‘탈물질주의’ 가치관 추구가 나타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 물질을 강퍅할 정도로 좇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이념적 대립, 정치나 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들이 키워온 ‘불안’을 꼽았다.

겉으로는 풍족하고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불안을 키우는 사회. 이 불안을 걷어내지 않는 한 우리사회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등에서 상습적으로 터져 나오는 폭력성과 왜곡, 탐욕, 야합이라는 괴물을 제압할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망하는 길로 가는 자는 계속 벽을 쌓고, 현명한 자는 길을 낸다”고.

길을 내야한다. 퇴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가 바라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 질서를 세우기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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