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소신과 영합의 갈림길에 선 문화행정

입력 2018.03.05. 17:09 수정 2018.03.06. 13:25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광주아트페어의 환부가 드러난 양상이다.
광주시가 올 아트페어 주관단체 선정을 위해 2차 공모까지 진행했으나 주관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2차까지 유일한 응모 단체였던 광주미술협회가 시의 행정을 비판하며 공모불참을 선언하고 광주시는 재공모를 준비중이다.
미협은 '시가 문화행정을 건설공사 입찰하듯 취급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는 "아트페어가 논란이 많았던 만큼 최대한 공정성과 절차를 지키려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협의 선언에도 문화계의 시선은 냉정하다. 그간 광주아트페어가 보여준 크고작은 문제들에 대한 정서적 반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광주시다.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페어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제대로된 관리와 감독이 뒤따랐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동안의 숱한 문제에도 주관사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보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주관사 선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광주아트페어의 방향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의 전면적 손질이 이뤄져야한다.
지난 2010년 창설된 광주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이 추진하는 타 지역 과 달리 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창설됐다. 광주비엔날레가 세계무대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면서 그에 걸맞는 미술시장 활성화에 요구가 이어졌다. 역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역 미술시장을 넘어서보자는 취지에서 시가 지원에 나섰다.
의욕적으로 출발한 페어는 예산도 9억2천여만원으로 규모를 자랑했고 비엔날레가 주관했다. 그러나 비엔날레가 페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며 광주문화재단이 이어받았고 이후 한국미술협회(2013-2014), 광주미협(2015-2017)으로 이어졌다. 부실행사 논란으로 예산은 등락을 거듭했고 올 예산(4억5천만원)도 조건부로 승인됐다.
시는 행사 예산 지원에 그치지 않고 매회 시비를 들여 페어에 출품된 지역작가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화랑 참여가 줄고 해외화랑은 역량을 알 수 없는 화랑들이 구색을 맞추는 형국이었다. 지난해는 전국 시도 미술협회들이 코너를 꾸미는 등 미협 자체 행사인지 페어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여기에 국내 갤러리들의 관심하락으로 부스를 채우지 못하자 지역 작가들에게 부스를 판매해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판매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아트페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며 결정적으로 존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광주시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절차의 공정성과 장단기 발전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와함께 3차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이때 혹여 배정된 예산이니 운영하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행사자체를 전면 보류하는 방안까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한다, 또 혹여 지역미술인들을 의식해 적당히 넘어가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된다.
미협의 운영상의 문제점과 별개로 미협이 지적한 시의 일부 행정착오와 비전문성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다. 명백한 행정착오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에 책임있는 설명이 뒤따라야하고 문화예술계의 비전문성은 더 이상 해묵은 과제로 남겨둬서는 안된다.
전문성이 담보될 때라야 행정의 소신과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원론을 떠나 문화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품고있는 도시로서 품격에 맞는 전문성은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철학과 소신이 담보된 흔들리지 않는 문화행정을 기대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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