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대장부(大丈夫) 이야기

입력 2018.03.01. 15:03 수정 2018.03.01. 15:07 댓글 0개

국어사전에 대장부는 건장하고 씩씩한 사나이라고 나와있다. 흔히 남자다운 남자를 그리 부른다. 맹자(孟子)는 대장부를 권세가 커서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유력자가 아니라 세상의 가장 큰 도(道)를 가장 바른 몸가짐으로 행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어떤 문제가 있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는 자이며 백성과 함께 하거나, 혼자라도 그 도를 행하는 사람이라 했다. 어떤 파도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의 소유자, 대동세계를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리더다.

맹자를 빌리면 모름지기 대장부가 되기 위해서는 다섯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선의후리(先義後利)다. 옳은 것을 먼저 추구하고 이익을 나중에 생각하는 정신이다. 이익이나 돈·권력 보다 더 소중한 가치, 비록 손해가 나더라도 옳음, 정의를 추구하는 신념이다. 둘째는 부동심(不動心)이다. 삶을 흔들어대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마음을 말한다. 고집과 편견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결과로 나온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불의(不義)한 돈과 권력의 유혹에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셋째는 호연지기(浩然之氣)다.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정신적 에너지를 말한다. 의(義)를 실천하는 마음도 이 호연지기에서 나온다. 넷째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의 불행과 행복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감능력과 상생철학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불인지심(不忍之心)이다. 남의 불행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는 마음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고통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경행록(景行錄)에는 대장부당용인 무위인소용(大丈夫當容人 無爲人所容)이란 말이 있다.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포용할 지언정 남에게 포용받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뜻이다. 그러고보면 대장부의 덕목 중 가장 기본이 포용인 듯 싶다.

조선 정조대왕도 일찌기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리들과 대화에서 “산 보다 더 높은 것이 없고 바다 보다 더 넓은 것은 없지만, 높은 것은 끝내 포용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바다는 산을 포용해도 산은 바다를 포용할 수 없다. 사람의 가슴도 바다와 같이 드넓어야지 높은 것만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남 보다 빨리 출세하기 위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자신 보다 먼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맹자건, 명심보감이건, 혹은 정조의 경우를 적용하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대장부를 보기가 쉽지 않다. 정치·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리더그룹에 속한 이들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려서부터 ‘사나이 대장부는 울면 안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도 말이다. 눈물 나올 일이다.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