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도자의 덕목

입력 2018.02.27. 13:30 수정 2018.02.27. 13:31 댓글 0개

지도자의 덕목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책임이다. 짊어지고 희생하는 것의 다른 말이다. 내 잘못이라고 외칠 줄 아는 용기이기도 하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게 바로 이 책임이다.

책임을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비록 내 잘못이라도 떠넘기고 싶고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그 책임의 결과가 자신의 유형적 무형적 이해관계와 얽혀있을 땐 더욱 그렇다. 이를 극복할 줄 아는 게 지도자다. 이것이 책임이고, 진정한 용기다. 지도자의 길이 무거운 이유다.

이 덕목이 특히 빛을 발하는 건 위기상황에서다. 팀이 부진에 허덕이거나 일이 잘못돼 비난이 쏟아질 때 맨 앞에 서는 건 지도자여야 한다. 누구의 등도 떠밀어선 안된다. 그래야 지도자다. 종종 용기있는 지도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곤 한다. 비난이 격려가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자칭 타칭 지도자는 많다. 여기저기 널렸다. 문제는 진정한 지도자가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 ‘내탓’ 대신 ‘네탓’을 얘기한다. 입만 열면 변명이다. 떠넘기기는 이런 ‘무늬만’ 지도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다들 스스로 진정한 지도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허세 섞인 자랑도 마다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런 지도자는 금방 티가 난다. 정작 자신만 모를 뿐이다. 문제가 꼬이는 경우를 보면 그 뒤에는 꼭 이런 지도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고 보면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삶에 있어 큰 복 중의 복일 듯 싶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평창올림픽에서 지도자의 덕목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추월팀 논란이 그것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최대 오점 중 하나로도 꼽힌다. 팀워크를 생명으로 하는 이 경기에서 2명이 뒤처진 1명을 뒤로한 채 결승선을 통과하던 모습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역대 어떤 빙상경기에서도, 역대 어떤 국가의 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리고 일어날수도 없었던 상황 앞에서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악했다.

이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는데, 개설 하루도 채 안돼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20만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해당 감독의 해명 기자회견은 압권이었다. 입으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해명은 선수들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였다. 결국 이 기자회견은 또 다른 반박 기자회견을 불렀다. 진실공방이었다. 스승과 제자가 치고받는 꼴이 된 것이다.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논란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없었다. 책임도 없었고, 위기를 돌파하려는 용기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없다. 왜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는 사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는 그대로 선수들의 몫이 됐다. 안타깝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내것’만 아는 지도자에겐 희망이 없다.윤승한 지역사회부장 ysh6873@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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