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시대 예술가들의 시대 읽기...일민미술관 'IMA Picks'
입력 2018.02.25. 14:49 수정 2018.02.26. 11:30 댓글 0개【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서울 광화문로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2018년 첫 전시로 'IMA Picks(이마 픽스)'전을 열고 있다.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등 3명 작가의 개인전으로 선보인다. 국내외 예술현장에서 10년이상 주목할 만한 활동을 펼쳐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전시다.
일민미술관 조주현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읽어내는 방식과 작업에 함의된 급진성에 대한 다양한 차이들을 살펴볼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본격적인 궤도의 제 2라운드에 오른 30~40대작가들이 펼치는 치열한 사유의 장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2000년대초, 국내 미술계의 신자유주의 바람은 각종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들을 통해 젊고 활기찬 작가들을 시장에 소개하며 수많은 청년작가들을 발굴해왔다. 이러한 상업적 프레임에 맞서 자신의 시각언어를 실험해온 작가들이 30대 후반에 이르면 외로운 자립을 위한 또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이들이 시대를 체험하고 시각화하는 방향과 전략이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할수는 없으나, 그 다름과 다양성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포섭되고 있는 모든 차이들을 구출해낼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자,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위해 분투할수 있는 토대로 작용했다.
1전시실에 펼친 김아영 개인전 '다공성 계곡'은 영상, 설치로 채워졌다. ‘사변적 내러티브’를 구성해 동시대 이주(migration) 문제에 다의적으로 접근하는 작품이다. '다공성 계곡(Porosity Valley)'(2017)에 등장하는 주인공 페트라제네트릭스(Petra Genetrix)는 가상의 공간 "다공성 계곡"에 거주하는 유사-신화적 존재로 설정된 상상의 지하 광물이다.
김아영 작가는 시각디자인 전공 후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팔레 드 도쿄(2016), 멜버른 페스티벌(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본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으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화적 이동이나 변형의 문제를 이미지, 텍스트, 목소리, 사운드, 비디오 등으로 가공하며 상이한 내러티브 형식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2전시실은 이문주 개인전 '모래산 건설'이 열린다.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구축된 여러 도시들이 쇠락과 재건을 반복하며 구축된 풍경들을 오버랩 시킨 대형 회화, 입체 캔버스, 드로잉, 리서치 자료 등 40여점을 전시했다.
작가 이문주는 자신이 목격한 사회적 현실을 회화의 형태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보스턴, 디트로이트, 베를린 등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관찰한 사회적 폐허의 현장을 연결시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의 이면을 시각화해왔다. 특히 2010년 이후 작가는 4대강 사업의 명목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모래산이 있는 낙동강 주변 풍경과 베를린의 크루즈 관광의 모습을 콜라주해 당시 정부가 제시한 개발 이후 미래 청사진을 허구적으로 구성해 제시했다.
이문주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를 졸업했다. 2005년 금호미술관, 대안공간 풀 등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본격적으로 국내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창동레시던시,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 난지스튜디오 등에 입주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3전시실은 그간 여러 전시에서 파편적으로 선보였던 정윤석 작가의 신작 '눈썹'의 전체가 공개됐다. 마네킹 공장, 섹스돌 공장 등에서 수집한 여성 나체 인형들의 기괴한 이미지와 인터뷰로 구성된 작업이다.
이번 전시 '눈썹'은 작가가 10년만에 갖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택한 구체적인 장소와 대상은 마네킹 공장과 섹스돌 공장,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전시와 동명의 신작 '눈썹'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비율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수동성을 가진 마네킹과 섹스돌,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섬세하고 강도 높은 노동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정윤석 작가는 지존파사건 같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밴드 밤섬 해적단에 주목하며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레드 콤플렉스 등 사회정치적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눈썹'은 낯설고 그로테스크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 제조되고 폐기되는 풍경등을 통해 동시대가 가진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해 사유해보게 한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관람료 4000~5000원.
hyun@newsis.com
-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온누리에 울리다 기정 광주시장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앞에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마당' 전시관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광주시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30주년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을 기획했다. 전시는 4월1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열린다.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됐고,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다채롭고 폭 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광주비엔날레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강 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강 시장은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며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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