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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결산]8-4-8 아니어도 좋다, 땀·눈물 딛고 올라선 톱10
입력 2018.02.25. 13:28 수정 2018.02.25. 13:53 댓글 0개【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도 동계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사상 첫 국내 개최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렸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의미하는 '8-4-8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종합 4위를 목표로 했다.
여기에 조금 못 미치는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쳤지만 다양한 종목에서 입상자를 배출해 내며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총 메달수는 목표했던 16개보다 오히려 1개 많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기록이다.
최고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은 이번에도 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전력 평준화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고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가져오며 위용을 떨쳤다. 한국 선수단 전체 금메달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질주에서 나왔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최민정(20·성남시청)은 여자 1500m와 3000m 계주를 제패하며 올림픽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첫 종목이었던 여자 500m 결승에서 아쉽게 실격됐지만 나흘 뒤 1500m 결승에서 경쟁자들을 순식간에 제치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다관왕이다.
수년에 걸쳐 다듬어진 여자 대표팀의 조직력은 3000m 계주 우승으로 이어졌다. 최민정-심석희(21·한국체대)-김아랑(23·고양시청)-김예진(19·평촌고)-이유빈(17·서현고)으로 꾸려진 5명의 여전사들은 중국, 캐나다의 반칙을 뿌리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8차례 계주에서 6번이나 금메달을 가져가며 '여자 계주=한국'이라는 공식을 재확인했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노메달로 체면을 구긴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자존심을 세웠다. 임효준(22·한국체대)은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로 스타덤에 올랐고, 한국체대 입학을 앞둔 황대헌(19)은 500m 은메달로 획득했다. 서이라(26·화성시청)도 1000m 동메달을 가져왔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를 노리던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레이스가 끝난 뒤 금메달리스트이자 친구인 고다리아 나오(32·일본)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승패를 떠나 큰 감동을 선사했다.
'왕따 논란'으로 초토화가 된 여자 대표팀과 달리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팀 추월 은메달로 환호했다. 이승훈(30·대한항공)-김민석(19·평촌고)-정재원(17·동북고)은 노르웨이에 1초20 뒤진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황제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폐회 전날인 24일 레이스에 나선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속도를 끌어올린 끝에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훈의 편안한 레이스를 도운 정재원의 헌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서는 김보름(25·강원도청)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팀추월에서의 이해할 수 없는 레이스와 인터뷰 태도로 '왕따 논란'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름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차민규(25·의정부시청)는 500m 은메달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부상 탓에 소치 대회를 병원에서 지켜봤던 한을 안방에서 풀었다. 1위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34초41)과 불과 0.01초 차이였다. 간발의 차가 아쉬울 법도 했지만 차민규는 짧은 다리 탓이라는 농담으로 메달리스트의 여유를 뽐냈다.
메달권으로 지목되지 않았던 김태윤(24)의 1000m 동메달과 김민석의 1500m 동메달도 스피드스케이팅이 얻은 수확 중 하나다. 김민석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1500m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남의 잔치로만 여겨졌던 스켈레톤에서의 쾌거는 오랜 기간 팬들의 뇌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20초55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교생이던 윤성빈은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스켈레톤에 뛰어든 지 6년 만에 올림픽마저 제패했다. 재능, 나이, 신체조건 등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간 윤성빈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상호(23·한국체대)는 58년 한국 스키 역사의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원도 정선에서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꿈을 키운 '배추보이'가 역사를 썼다.
피날레는 영미와 친구들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과 봅슬레이 4인승이 장식했다.
소치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얼굴을 내민 한국 컬링은 은메달로 세계적인 팀들과 나란히 했다. 2~3세 차이로 고교 시절부터 꿈을 키운 김가(家)네 선수들은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경기 중 수 차례 들을 수 있었던 '영미~'는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이 됐다. 대회 막판의 주인공은 단연 여자 컬링이었다.
원윤종(33·강원도청)이 조종대를 잡은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은 한국 선수단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인승보다 세계랭킹이 낮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큰 실수 없이 4차례 레이스를 소화하며 대형사고를 쳤다. 몸이 기억할 정도로 수백번 넘게 같은 트랙을 오가며 감각을 익힌 것이 주효했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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