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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슬로시티본부 ˝퇴출 사태…안이한 운영이 원인˝

입력 2013.07.10. 18:35 댓글 0개
장희정 사무총장 "약속한 사업 대부분 성과 없어"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Slow City) 퇴출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 슬로시티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슬로시티본부 장희정 사무총장은 10일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과 운영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당분간 슬로시티 신규 신청은 받지 않기로 해 사실상 연내 추가 가입이나 인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슬로시티 재인증 심사에서 장흥이 탈락하고 신안이 보류된 이유는.

"장흥은 5년 전 인증 신청 당시 슬로시티를 발전시키기 위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사업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서류만 화려하다고 해서 재인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약속한 사업을 얼마나 진행했느냐가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진 게 거의 없었다. 신안은 지난 5년간 사업 성과나 변화에서 일정 부분 결과를 냈지만 관련 서류를 너무 안이하게 제출해 보류 판정이 났다."

-장흥 탈락의 또 다른 이유는.

"재인증 평가 대상이었던 4곳 모두 슬로시티를 관광사업으로 인식해 관광 인프라나 관광객을 맞이하는 여러 사업을 했다. 슬로시티는 관광과 상관없는 마을공동체 운동이다. 작은 마을이 대도시를 흉내 내지 않고도 자립공동체를 만들어 자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득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관광객 경쟁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주민이 배제된 관광사업은 안된다. 장흥은 다른 3곳에 비해 주민인식이 매우 낮고 주민들의 삶에 슬로시티가 녹아들지 못했다. 또 지나치게 시설물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필요에 의해서 적절히 시설물 사업을 활용했는지, 돈을 쓰기 위해 세워졌는지 등을 평가했다."

-실사없이 서류로만 이뤄진 재인증 심사라는 불만도 있는데.

"1년에 한 차례 인력을 파견해 주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제출한 서류와 모니터링 결과를 국제연맹에 보내면 연맹 측이 이를 바탕으로 재인증 심사를 한다. 주로 주민들의 슬로시티 인지도와 만족감, 관광객 반응을 살핀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슬로시티 자체를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관광객들은 '왜 이 곳을 슬로시티로 지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다른 나라도 재인증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사례가 있나.

"드물게 있지만 마을의 명예를 위해 연맹에서 공식발표하지 않을 뿐이다. 이탈리아나 영국 등 유럽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운영을 하지 않아 탈락하는 경우도 있으며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자진 철회를 요청하기도 한다."

-장흥이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사를 신청할 예정인데 세계적으로 탈락한 지자체가 재인증된 경우가 있나

"현재까지는 없다. 불가능하다는 것보다 각국에 슬로시티 본부가 생긴 지 10년이 조금 넘다보니 아직까지 그런 사례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재인증 여부는 우리가 확답하기 어렵다."

-지자체와의 갈등설이 있다. 한국본부가 배타적이고 독단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갈등(은) 없다. 독단적이라는 평가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재인증 심사 서류를 연맹에 보내기 전 각 지자체에 최종 결제 등을 확인했다. 지난해 연말, 서류 보완 요청을 4번 이상 한 곳도 있다. 지자체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지자체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도 있는데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신안이나 담양이 탈락해야 하지 않느냐."

-국내 슬로시티를 얼마나 확대할 계획인가.

"굳이 몇 개를 하겠다, 몇 개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방향은 잡지 않았다. 슬로시티 철학이나 이념으로 보면 슬로시티의 개수 제한은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전 지자체가 다 동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탈락사태 등의 결과를 낳고 보니 당분간은 품질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지자체와의 컨설팅을 통해 한국의 슬로시티가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모델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또는 당분간 신규 신청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회원 지자체마다 연 2000만원의 회비를 받고 있다는데.

"어느 나라 어느 마을이나 마찬가지다. 회비를 받아 일부를 네트워크 관리비 등으로 연맹에 대납하고 나머지는 각국 본부가 컨설팅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남 슬로시티가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국 본부가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한계가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의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 최고의 자연환경을 지닌 전남의 슬로시티 성공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 높다. 이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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