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훈훈한 봄바람 타고, ‘함께 또 같이’

입력 2018.02.22. 15:39 수정 2018.02.22. 15:43 댓글 0개
주현정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칼바람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모처럼 찾아든 한반도 평화기류를 계기로 훈풍이 불고 있다.

올림픽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평화 올림픽’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며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열었다는 평가다. 선수는 물론 관중,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전 국민의 흥까지 돋으며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불리는 북한응원단의 행보 역시 달라지고 있는 남북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까지 마무리되면 한반도 땅에 기다리던 봄이 올까. 미약하게나마 전해지고 있는 온기가 겨우내 얼어붙었던 강산을 녹이고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실제 얼마나 따뜻할지는 그때 가봐야 할겠지만 최소한 훈훈한 바람을 고대하는 것은 욕심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로 4번째 여정을 준비중인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도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남북관계 회복 범위에 따라 북한 경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

전남도교육청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독서토론열차는 고교 1학년 120여명이 보름여간의 일정으로 중국·러시아·몽골 등지에서 항일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고 독서·토론·역사체험 등을 통해 꿈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도교육청의 독서토론열차 북한 경유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4년 첫 추진 계획이 수립된 당시부터 통일부, 북한 교류 민간단체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북한 경유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된 남북관계 경색은 박근혜 정부 들어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위협과 핵실험 대응책으로 심화됐고, 급기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 때문에 그나마 북한과의 ‘끈’을 유지하고 있던 민간단체마저 교류가 끊기면서 추진이 여의치 않아졌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관계 해빙에 힘입어 ‘통일열차’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통일부에 관련 건의를 꾸준히 하는 동시에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민간단체와의 협업체계도 구축했다.

특히 김일성의 주체사상 합리화 작업에 활용될 정도로 북한 내 우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한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이 있는 중국 대련, 단지(斷指) 동맹을 결성한 독립운동의 현장인 러시아 크라스키노 등의 기존 독서토론열차 일정에 북한 내 안 의사와 관련된 역사 유적지를 포함하는 안이다.

현재 황해남도 신천군 청계동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생가터와 유적지 복원사업을 남북공동 협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긴밀한 협조체계로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1~3기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추축인 ‘통일의 물꼬,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북한 경유를 바라는 엄마들의 모임’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청원을 올리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스포츠축제로 끝나서는 안된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남과 북의 수레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게 해야 한다.

민족의 얼 찾고 항일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떠나는 전남독서토론열차가 모처럼만에 분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북한 땅을 밟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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