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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파시즘에서 공산당의 몰락까지 '이탈리아 현대사'

입력 2018.02.21. 18:39 댓글 0개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레지스탕스의 희생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무솔리니 정권을 받아들이고 지지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인들을 경멸하고 신뢰하지 않던 시기에, 빨치산들은 이탈리아의 손상된 이미지를 구원하고 이탈리아인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더욱이 그들은 오래 지속된 반파시즘 전통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108쪽)

폴 긴스버그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 유럽 현대사 교수가 쓴 '이탈리아 현대사'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그는 이탈리아 현대 정치사와 정당정치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적극적인 좌파 정치 운동가다. 이탈리아 사법 체계와 대학 구조를 지켜 내기 위해 '리볼타 데이 프로페소리'(교수들의 반역)를 조직하는 등 시민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 독일과 연합군에 의한 반도의 분할과 해방, 반파시즘 저항운동을 주도한 좌파와 연합군을 등에 업은 우파의 격렬한 대립,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국에서 시작해 1950~60년대를 거쳐 선진 공업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경험으로 수놓아진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다룬다.

또 무솔리니부터 그람시, 톨리아티, 베를링구에르, 베를루스코니에 이르는 이탈리아 주요 정치인들의 꿈과 좌절은 물론, 해방 직후 공장 점거 운동과 1969년의 '뜨거운 가을', 공장 평의회 운동과 자율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이탈리아'를 건설하고자 분투한 이탈리아 민중의 역사가 담겼다.

"기민당은 평범한 시민이 동일시할 수 있는 국가 이미지를 창출해 내지 못했다. 시민이 국가에 결속되었던 것은 국가의 정직함, 국가가 이행하는 봉사, 국가가 보장하는 자유, 국가가 제공해야만 했던 민주주의와 정의 때문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공화국 헌법의 신화들이었다. 국가를 보는 시선은 가장 후했을 때도 냉소적이었으며, 가장 박했을 때는 국가를 정직하지 못하고 억압적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너무나 큰 소수파가, 형성 중인 노동계급이 대부분이었던 그 소수파가, 지배하는 정치 엘리트의 이데올로기에 뿌리 깊은 이방인으로 남아 있었다."(270쪽)

저자는 "이탈리아는 변형되었지만, 그 역사에서의 연속성이 쉽게 간과될 수는 없다"며 "이 나라의 근대성으로의 극적인 이행을 개관하면서 나는 다음 사항을 유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리소르지멘토 이후로는 이탈리아 역사에서 항상적이었던 다음과 같은 특정 주제와 쟁점, 즉 엘리트들이 자기들 밑에 있는 계급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구축하지 못하는 무능력, 국가의 허약함과 비능률, 이탈리아 사회 안에서 가톨릭이 지닌 힘, 이탈리아 도시와 농촌의 노동자들이 지닌 계급의식, 중간계급인 체티메디의 특별한 정치적 역할, 지속적인 남부 문제 등이다." 안준범 옮김, 776쪽, 후마니타스, 3만3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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