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김욱동 교수 "동시에 행복하다는 사실 깨달아"
입력 2018.02.21. 10:30 댓글 0개【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가 민음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수십 개국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들이 손꼽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테디셀러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지만 이 작품은 피터 빈의 지적대로 독자들에게 "가장 이해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유명한 만큼 잘못 알려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온갖 그릇된 정보와 실수, 오해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스 문학 전문가인 피터 빈조차 그동안 이루어진 관행을 무시하지 못한 채 '그리스인 조르바'로 옮겼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제목도 1946년에 그리스에서 처음 출간된 텍스트에 따르면 '그리스인 조르바'가 아니라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삶과 시대'로 되어 있다.
피터 빈은 새 영어 번역본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제목에 '알렉시스 조르바의 성인전'이라는 부제를 덧붙여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했다.
번역자이자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욱동 교수는 원전에 대한 충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카잔차키스가 구사한 원어와 관념의 아름다움과 힘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고 평가받는 피터 빈 판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 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순간이 다 지나가 버린 뒤에야 비로소 뒤돌아보며 때로는 갑자기, 때로는 흠칫 놀라며 그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곤 한다. 그러나 이곳 크레타섬 해변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127쪽)
"인간의 영혼이라는 진흙은 아직 예술 작품으로 빚어지지 않은 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고, 그 내면의 감정도 조잡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19쪽)
또 조르바라는 인물이 지닌 자유로움은 젊은 판화 예술가 최경주의 작품으로 되살아났다. 작품 뒤에는 작가 카잔차키스가 직접 쓴 '작가의 말'이 실렸다. 587쪽, 1만5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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