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연극계 법적대응 본격화…또 논란 오태석 실명 공개
입력 2018.02.21. 09:14 수정 2018.02.21. 09:17 댓글 0개【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성추문에 휩쓸린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반쪽 사과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성추행은 인정했으나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성폭행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에 따라 연극계에서는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법적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극인 모임인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블랙타파)는 21일 밤 대학로 극단 고래 연습실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하나로 연극인회의를 연다.
이날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대책을 간구하고자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블랙타파는 성폭력의 피해당사자로서 증언을 하거나 가해자 처벌 또는 대책마련에 함께 할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
블랙타파 측은 "익명이 보장될 것이며, 가해자 처벌에 대한 사항은 피해당사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을 제명처리한 한국연극협회도 '이윤택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는 "범 연극계와 상의하며 법적인 조치를 포함, 적절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배우 김지현과 그의 성추문을 가장 먼저 공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법적인 대응 움직임 왜?
피해를 입은 연극인들은 이 전 감독을 비롯해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이 전 감독의 기자회견에서 많이 이들이 지적했든 가해자의 두루뭉술한 책임 회피 화법과 태도는 오히려 피해자를 분노하게 했다.
김수희 대표는 "정말 욕밖에 안 나온다.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린다. 성관계였다고 헛소리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고 격노했다.
이 전 감독을 비롯해 이른바 연극계 거장들의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결국 미투 운동을 번지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성추행 가해자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름이 오르내리던 연극계 또다른 거장의 실명이 결국 공개된 것이다.
◇책임 요구 목소리 높아지며 결국 다른 거장 실명 공개
앞서 황이선 연출가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로 연출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서울예대' '연극계 대가'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 등의 내용으로 사실상 특정이 가능했다.
이후 해당 연출가의 입장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당사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그가 운영하는 극단 역시 따로 입장을 내는 대신 공연을 지속했다. 폭로자와 만나 상황을 무마시키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20일 오후 해당 연출가는 극단 목화 레퍼리컴퍼니의 오태석 대표라는 실명이 공개됐다.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맞았던 오 대표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통한다. 대표작으로 '태' '백마강 달밤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이 있다.
극단 목화 관계자는 "오 연출님 개인적인 일이라, 극단 자체에서 아직까지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대표가 휴대 전화를 사용하지 않아, 입장을 전달 받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고 했다.
21일 남산국악당에서 '템페스트 공연을 폐막하는 극단 목화는 내달 신작 '모래시계' 공연을 앞두고 있어 오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투 운동이 이어 지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인 충격이나 압박을 가하는 2차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질문을 하거나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으라는 태도는 당사자에게 또 다른 강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희 대표는 "피해자 찾기를 당장 멈춰달라. 용기내서 폭로한 당사자가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방법을 찾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돕고 싶다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주문했다.
realpaper7@newsis.com
-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온누리에 울리다 기정 광주시장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앞에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마당' 전시관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광주시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30주년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을 기획했다. 전시는 4월1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열린다.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됐고,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다채롭고 폭 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광주비엔날레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강 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강 시장은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며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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