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한전공대 유치’ 지방선거 쟁점 만들지 말라

입력 2018.02.19. 17:36 수정 2018.02.19. 17:43 댓글 3개
광주·나주 유치 혈전 후 잠잠하다 목포·순천도 합류
이낙연 총리 자제 당부 불구 과도한 경쟁 부작용 우려
“지역 이기주의 아닌 광주·전남 상생 큰틀서 접근해야”
순천시의회 주윤식 부의장

광주·전남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한전공대 유치전에 광주와 나주가 각자 적지라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목포와 순천 등 일부 전남 지자체들도 치열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유치 경쟁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전공대 유치전에 전남 지자체들이 저마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지자체들의 과도한 유치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한전공대가 호남의 미래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인 만큼, 지자체들이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광주와 전남의 상생 발전이라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천시의회 주윤식 부의장은 지난 13일 시의회에서‘한전공대 순천유치시민위원회’발족을 촉구했다.

주 부의장은 한전공대 유치를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 결성을 위해 시민과 정치인, 기업인 등이 힘을 합쳐 순천 설립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ㆍ전남의 도시 불균형 발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도시인 순천으로 유치해야 한다”며 “설 이후 시민과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통해 한전공대 유치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주 부의장은“한전공대가 전남중부권에 설립되면 인구와 산업, 공공기관 등의 편중이 심화될 것”이라며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으로 동부권 주민들이 소외받는 현실에서 한전공대는 순천에 설립돼 지역발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일 목포에서 발족한 ‘한전공대 목포 유치 시민위원회’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지난 10일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무총리 앞으로 한전공대 목포 유치의 타당성을 알리는 호소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목포 평화광장에서 10만 목포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또 지난 1일 장성수 전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6·13지방선거 광산구청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전공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장성수 전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장

그는 “구정목표를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광산구,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광산구’로 설정해 추진하겠다”며 한전공대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전은 오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5천억원을 투입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학(POSTECH)에 버금가는 공과대학을 설립한다는 구상을세웠다.

한전공대는 당초 이낙연 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제안한 프로젝트로 나주시 한전 본사 인근 부지 148만7천603㎡(45만평)에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한전공대 설립을 공약하며 설립 작업은 본격화됐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빛가람혁신도시(나주시)와 도시첨단산업단지(광주시) 중심으로 에너지밸리를 조성하고 한전공대를 설립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광주와 나주가 동시에 언급되면서 두 지역은 경쟁을 시작했다.

한전 본사가 나주에 위치한 점을 근거로 한전공대도 나주혁신도시 또는 그 인근에 설립돼야 한다는 의견과 광주에 설립해 시·도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나주에는 한전공대 유치를 위한 범 시민연대가 결성됐고 광주시도 마찬가지였다. 전현직 광주 시의원 등이 주도해 한전공대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유치활동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지역 산업단지가 있어 정주여건과 배후시설이 나주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두 지역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한전 본사 인근 부지에 한전공대가 들어설 것이라는 당초안은 사실상 백지화된 채 한전공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토 중이다.

한전공대 설립 주체인 한전도 지자체간 과열양상이 빚어지면서 부지와 관련한 공식 발언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총리도 대학 부지 선정을 놓고 불거진 지자체간 경쟁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광주·전남 언론포럼에서 “한전공대 부지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 게 더 멋질 것”이라며 “지역 지도자들이 넓은 마음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한전 공대 부지로) 한전이 굉장히 머리 아파한다”며 “정치권의 줄다리기에 견딜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발언 등으로 잠잠했던 한전공대 유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자체와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변질되면서 지역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전공대 유치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광주와 전남 상생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전공대를 지방선거 쟁점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jtsun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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