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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만나 응원했더니 남과 북 한마음으로 통일 이뤘네

입력 2018.02.14. 20:33 댓글 0개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이겨라! 이겨라! 코리아 이겨라!"

14일 오후 4시40분 시작된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 아이스하키 B조 마지막 예선인 숙적 일본과의 3차전이 열린 강원 강릉시 관동하키센터는 경기 전부터 하나된 남북 응원단과 일본 응원단 간에 '응원 배틀'이 펼쳐지면서 앞서 열린 두 경기보다 훨씬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4000여명의 남한 관중들은 성별, 나이, 직업,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양했다. 15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인솔자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이날 2시간40여분 간 하나가 되어 남북 단일팀의 승리를 꿈꿨다. 이 시간만큼은 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만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

이날 남과 북의 사람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파도타기 응원으로 마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한마음이 되지는 않았다.

첫 경기 스위스전에서는 북한 응원단이 여러 차례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지만 남한 관중들은 어색한 듯 완벽한 파도타기를 한 번도 호응해주지 않았다.

두 번째 스웨덴전에서는 2피리어드가 시작되고 7번의 파도타기 응원이 이어진 뒤에 조금씩 남한 관중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두 팔을 벌리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날 일본전 1피리어드에서 남북 단일팀이 2골을 내주자 남과 북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이겨라! 이겨라! 코리아 이겨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2피리어드에서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역사상 첫 골을 터트리자 남북 응원단과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얼싸안고 춤을 추며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선수 잘한다!"

이들은 이미 경기에 푹 빠져 12번째 선수가 돼 있었다.

3피리어드에서 남북 단일팀은 2골을 더 내줬다. 일본인과 외신기자를 뺀 한민족은 모두 안타까운 심정으로 탄식했다.

북한 응원단은 이날도 동요 '고향의 봄'과 민요 '아리랑'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구슬프게 불러 남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한반도기 손깃발을 흔들며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전라북도 익산시 원광여고에서 단체 관람을 온 배우빈(17·여)양은 "북한 사람들이 고향의 봄과 아리랑을 부르는 것을 직접 듣게 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초등학교 때 배웠던 노래 가사와 틀리지 않고 똑같아 놀라웠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동급생인 박연서(17·여)양은 "북한 응원단 언니들이 걸그룹처럼 예쁘다"며 "북한도 우리처럼 미의 기준이 비슷해 신기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북한 언니들이 노래하고 율동할 때 우리도 같이 노래하고 칼군무도 췄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생 박문호(21·강원대 독어독문학과)씨는 "유일한 분단 도인 강원도에서 학교를 다녀 분단과 통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 북한 사람들을 만나게 돼 기쁘고 평화적인 스포츠 경기를 하게 돼 마음이 벅찼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의 핑퐁외교처럼 우리도 하키외교를 성숙시켜 분쟁을 줄어들게 하면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염원했다.

박씨는 "아리랑과 고향의 봄 노래를 들었을 때 민족애를 느껴 가슴 한켠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단일팀을 시작할 때 손해를 본다는 여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이 남북 단일팀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이 되었다. 선수들은 지금의 이 역사적 순간에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hoto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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