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작곡가들의 징크스

입력 2018.02.12. 17:32 수정 2018.02.12. 17:37 댓글 0개
김현옥의 음악이 있는 아침 작곡가/달빛오디세이 대표

징크스(Jynx)라는 말은 잉크스(Iynx)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 또는 사람과 관계하여 불길한 예감을 갖는 심리적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잉크스는 마케도니아의 왕 피에로스의 아홉명의 딸 중 하나로, 무사이 여신들과 노래를 겨루다 여신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까마귀로 변신하게 되었다. 아홉 명의 딸은 자신들의 노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무사이 여신들과의 경합을 제안했다. 결국 무사이 여신들의 승리로 끝났으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무사이를 헐뜯다가 분노한 여신들에 의해 까마귀로 변하고 말았다. 제우스가 다른 여인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 몹시 화가 난 헤라는 그녀를 벌하여 새로 변하게 하였고, 사람들은 그 새를 잉크스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의 징크스가 있으며, 한국에서는 죽음을 연상시키는 한자 死의 발음으로 숫자 ‘4’를 꺼리는 징크스가 있다. 어느 분야든, 혹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저마다 징크스가 있기도 할 것이다.

예외가 없듯이, 클래식 작곡가들 사이에도 ‘9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있다. 교향곡 9개를 작곡하면 죽는다는 징크스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지하고 극복해 나가면서 신의 소리를 들었던 베토벤이 9개의 교향곡을 쓰고 죽은 이래, 104개의 교향곡을 남긴 하이든을 제외한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숫자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저주를 시작으로 피아노연주의 기본과 테크닉을 완성, 피아노의 연습곡의 필수교재를 만든 체르니도 9개 교향곡을 넘기지 못했고, 체코 민족주의 작곡가 드보르작 역시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가 마지막 곡이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연결한 슈베르트는 미완성 교향곡으로 알려진 8번 이외에도 7번, 10번이 미완성이며, 오스트리아 출신 브루크너는 교향곡 10곡을 작곡했으나, 작품번호를 0부터 부여했기 때문에 번호는 9번까지 붙어 있다. 영국 민족음악의 선구자 본 윌리암스 역시 생애 9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역대 작곡가들 중, 죽음에 대한 인간 존재의 근원 등 철학적 주제를 가장 많이 다루었던 구스타프 말러. 그는 9번째 교향곡이 마지막 교향곡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번호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 후 교향곡 9번을 작곡하였으나 마지막이 되었고, 러시아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뒤를 이었던 글라주노프는 9번 교향곡이 마지막인데 작곡을 하다가 9의 저주가 두려워 1악장을 스케치 한 채 죽을 때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죽지 않았고 71세까지 살았다.

작곡가는 기본적으로 구성을 하는 사람이다.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라는 말처럼 작곡가에게 적절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물론 무수히 많은 다른 재료들도 필요하다. 삶의 조건이 그렇게 만들 듯이, 작곡가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직업이다.

작곡가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작곡은 언제 하나요?’ ‘주로 밤에 쓰시나요?’ 감정을 다루니 아무래도 감성적인 저녁에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악상이 매번 떠오를리도 없고, 수정했던 흔적이 거의 없었던 모차르트 역시 신이 주시는 그대로만 받아적지 않았을 터, 클래식 작곡가는 대부분 매우 이성적인 상태에서 작품을 쓴다. 논리적인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을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상상력을 구조안에서 찾는다. 분명 이성으로 작곡하는데, 청중은 감성으로 듣는다.

길 위에 철학자 에릭호퍼는 말하기를 인간의 창조성의 원천은 불완전함에 있다했다. 완전함에 무슨 창조성이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징크스는 극복하라고 있는 가 보다.

최근 무등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