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결초보은(結草報恩)과 배은망덕(背恩忘德)

입력 2018.02.12. 08:20 수정 2018.02.12. 08:26 댓글 0개
이종주의 일침장설 무등일보 논설실장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위무자(魏武子)라는 사람에게 젊은 애첩이 있었다. 위무자는 병에 걸리자 본처의 아들 위과(魏顆)를 불러 “내가 죽거든 네 서모(庶母·아버지의 첩)를 꼭 개가(改嫁·다시 시집가는 것) 시키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병이 더 깊어지자 “반드시 순장을 시켜라”고 번복했다. 위무자가 죽자 아들 위과는 서모를 개가시켰다. 병이 위중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게 마련이라 맑은 정신일 때 한 유언을 지키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뒤 위과는 진(秦)나라가 진(晉)을 침공하자 장수로 싸움터에 나갔다. 전투 중 위과가 적의 장수 두회(杜回)에게 사로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한 노인이 두회의 발 앞에 풀을 엮어(결초·結草), 두회를 넘어지게 해 오히려 위과가 두회를 사로잡아 공을 세웠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났다. “나는 서모의 아비되는 사람이요, 그대가 내 딸을 개가시켜 살린데 보답(보은·報恩)한 것이오.” 죽어서까지도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사자성어의 유래다.

결초보은과 같은 뜻의 사자성어가 ‘황작함환(黃雀銜環)’이다. 꾀꼬리가 옥가락지를 물어다 줬다는 뜻으로 남에게 입은 은혜를 반드시 갚는다는 의미다. 중국 남조 양(梁)나라 오균(吳均)이 지은 속제해기(續齊諧記)에 나온다. 후한(後漢) 때 사람 양보(楊寶)가 아홉 살 때 화음산(華陰山) 북쪽에 올라갔다가 올빼미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린 꾀꼬리를 구해줬는데 그 꾀꼬리가 은혜를 갚기 위해 옥가락지 4개를 주며 자손들이 삼공의 지위에 오르도록 해줬다는 이야기다.

‘황작함환’은 ‘결초보은’과 더불어 선행에 대한 보은의 의미로 많이 쓰이다. 엄격하게 구분하면 함환은 살아서 보답하는 것, 결초는 죽어서 갚는 것이다. ‘살아서는 함환이요, 죽어서는 결초(생당함환 사당 결초·生當銜環, 死當結草)’인 셈이다. 반대말은 ‘배은망덕(背恩忘德)’쯤 된다. 배은망덕은 남에게 입은 은혜를 잊고 배반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맹랑하게도 출처를 찾을 수 없다. 참 배은망덕하다.

죽어서도 은혜를 갚겠다는 결연한 약속인 결초보은이란 말이 요즘 참 쉽게 쓰인다. 흔히 남에게 무슨 부탁을 할 때 “한번만 도와주면 그 은혜를 잊지않고 ‘결초보은’하겠다”고 말한다. 특히 선거판에서는 이 말이 더욱 자주 사용된다. ‘국민의(시민의, 도민의, 군민의) 뜻을 받들어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결초보은’ 보다는 ‘황작함환’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시비 걸 생각은 없다. 죽어서까지도 잊지않고 은혜를 갚겠다는 약속을 폄훼할 마음도 없다. 그래도 꼭 한마디는 해주고 싶다. ‘죽어 은혜를 보답하겠다는 약속 보다 살아 배은망덕하지 않는 게 먼저다’라고.

 이종주 논설실장 mdl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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