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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이와 조직시민행동

입력 2013.06.10. 19:00 댓글 0개
이의준 사랑방칼럼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장

며칠 전 한 백화점에서 겪은 얘기다. 차를 세우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는데 빈공간이 없어 결국 지하 4층까지 내려갔다. 차량들은 줄을 이었고 카트를 밀고 가는 고객들이 차량 사이를 오가는 등 산만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그런데 통로 입구에는 한 청년이 멀거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라고 손짓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이따금 스마트폰을 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주차를 마치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데 노인 한 분이 “멍하니 서서 뭐하는 거야. 저런 자세로는 시간당 3000원짜리 아르바이트도 어려워”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노인분의 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아직 어리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백화점 측에 대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쇼핑을 끝내고 나오는데 반전이 벌어졌다. 주차장은 한쪽 차선을 막고 세워 놓은 트럭 때문에 양쪽 길이 다 막혀 있었고 지하에서 나오는 차량까지 겹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이때 한 젊은이가 이리 저리 호각을 불면서 뛰어 다녔다. 고객보다 더 다급한 마음으로 엉킨 차량을 풀기 시작했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큰길 입구까지 뛰어다니더니 결국 차량들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지하주차장에서의 청년과는 대조적인, 마치 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처럼 멋진 해결사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이 백화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입구에서 빈둥거린 청년을 방치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law of broken glass)’처럼 하나의 잘못이 큰 문제로 불거질지, 주차장 출구의 청년과 같은 사람이 모여 좋은 이미지와 성과를 가져오는 긍정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로 인해 발전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작은 행동 하나가 백화점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를 만든다. 두 젊은이에게 조직에서 따로 지시하거나 규정을 두어 관리하지 않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차이로만 볼 것이 아니란 얘기다.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e)’이라는 용어가 있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본연의 직무가 아님에도 주변을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해야 할 의무나 강제성이 없어 안 해도 불이익은 없다. 주민이 아파트 내 담배꽁초를 줍거나, 청소년을 계도하거나, 힘든 직장동료를 위로하거나, 단체등산에서 오이나 생수를 가져와 나눠주거나, 판매사원이 고객의 짐을 들어주는 등의 행동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고 조직이나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며 소속감이나 구성원으로써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조직이나 사회가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려면 조직시민행동이 일상화돼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테두리에서만 일하려 한다. 그러면 협력도 어렵고 시너지효과도 얻기 어렵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국민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잘 되는 조직과 안 되는 조직의 차이는 어떤가. 바로 조직시민행동의 차이에 있다. 상대를 위해 우리 스스로 찾아서 하는 조그만 행동 하나 하나가 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들은 비록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없다고 해도 구성원의 자발적 헌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조직시민행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리더가 구성원과 목표를 공유하고 신뢰기반을 쌓아야 가능하다. 가장 값진 사람은 스스로 하나라도 더 하는 사람이다.


개개인이 전체의 일부임에도 1/n이 아닌 1+α로써 진가를 발휘하여 일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빛내고 궁극적으로 더 큰 보상과 인정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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