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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1995년 외국인 목격자 피터슨 ´증언록´ 단독보도

입력 2018.02.08. 08:37 수정 2018.02.08. 09:57 댓글 0개
헬기사격 공식 인정까지 23년 걸렸다
증언록에 80년 5월 21일 '헬기 사격'명시
당시 5·18 특검 수사 이어졌으나 인정안돼
본보 95년 4월 11일자 보도
본보 95년 4월 14일자 보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끝내 7일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인정했다.

본보가 1995년 4월 미국 선교사 고 아놀드 피터슨의 5·18민주화운동 당시 수기를 단독 보도, 헬기 사격 사실을 알린 지 23년만이다. 이전까지 광주시민의 증언만 있었던 터라 외국인 목격자인 피터슨 목사의 헬기사격 목격 증언은 당시 큰 파장을 불러오며 당시 5.18 특별검사팀의 수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특검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리고 군은 헬기 사격의 증거가 없다며 한사코 부인해왔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피맺힌 한을 풀고 역사를 바로세우려는 이들의 수많은 용기 있는 행동이 결국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다.

1989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고 조비오 신부는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사직공원 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며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며 "그 기총 사격으로 시민들이 각각 10명씩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같은 증언에도 군은 이를 거짓증언으로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언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본보는 1995년 4월 11일부터 16일간 피터슨 목사의 증언록을 입수, 6일간에 걸쳐 연속 보도했다.

미국 남침례교 해외선교부 선교사로 1974년 한국에 부임한 피터슨 목사는 1981년 까지 광주에서 사역하며 5·18을 경험했고 1989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목격담을 증언하기도 했다. 푸른눈의 외국인의 증언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그는 5·18 당시 피신하라는 미군의 제안을 거절하고 광주에 남았고 1990년 귀국하며 자신의 수기를 정동섭 교수에게 넘겼다.

통역가였던 정 교수는 이를 번역했고 남구의원이자 5·18부상자회원이었던 서채원 전 시의원에게 보여줬다.

이 내용은 4월 9일 공개됐고 본보는 증언록을 긴급 입수, 11일부터 16일까지 6일에 걸쳐 증언록의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16일부터 27일까지의 기록이 담긴 증언록은 1980년 이후 15년만에 공개된 5·18의 참상을 바라본 미국인의 시선이 담겼다.

16일부터 시작된 기록은 17일 계엄령 확대를 거쳐 18일 오전 11시부터 폭력이 난무했던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남겼다.

18일 공수부대가 여성들 속옷만 입힌 채 구타했다거나 지나가던 청년을 꿇려 폭행했다는 등의 장면부터 20일 대검으로 목을 찔렀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피터슨 목사의 증언록의 핵심은 헬기 총격 증언에 있었다.

피터슨 목사는 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던 21일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에는 시민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았다…나는 집 지붕에 있는 발코니에서 도시 영공을 날아다니면서 거리의 시민들에게 총을 쏘는 헬리콥터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10일간의 모든 사건들 중에서 군중들을 향해 헬리콥터에서 군인들이 발포하는 모습이 내게는 가장 잔인해 보였다"고 남겼다.

1989년 조비오 신부가 국회 청문회에서 헬기 사격 증언을 했지만 군은 이를 부인하던 때였다.

그러던 차에 21일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기록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군이 자위권 발동 차원이 아닌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당시 번역본을 출간하는 데 참여했던 서채원(57) 전 광주시의원은 "당시 정 교수의 번역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라 출판을 결심했고 5월 10일 피터슨 목사를 초청해 기자회견도 가졌다"면서 "그럼에도 당시 헬기 사격 증언이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 전 의원은 "국방부 특조위로부터 1개월 전 피터슨 목사의 수기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라며 "그 당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침묵하지 않았던 이들의 노고가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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