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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 탄흔, 38년만에 계엄군 헬기사격 규명 물꼬

입력 2018.02.07. 17:24 수정 2018.02.07. 17:33 댓글 0개
10층 탄흔 보존한 채 방치…국과수 감정 이후 진실규명 요구 봇물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1980년 5·18 민중항쟁 때 민주화를 외치던 광주시민을 향해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이 38년만에 밝혀졌다.

7일 5·18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의 광주 시민들을 향해 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여러 차례 헬기사격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는 "'무장시위대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였다'는 계엄군의 주장을 뒤집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헬기사격 규명은 지난 2016년 12월13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 10층에서 총탄 흔적이 발견된 것에서 비롯됐다.

2016년 광주시는 전일빌딩을 문화복합·관광자원 시설로 보존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광주시는 리모델링 이전 5월 단체 등의 요구로 전일빌딩 내·외부에 남겨진 탄흔 조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국과수는 전일빌딩에서 4차례 감정을 벌여 탄흔 245개(10층 193개)를 발견했고, 지난해 1월과 4월 법안전감정서로 "10층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은 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쏜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국과수는 'UH-1H(수송헬기)에 장착된 M60 기관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계엄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방부가 부인해왔던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국가기관 보고서로 확인된 뒤 5·18 진실 규명과 역사 왜곡 근절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졌다.

광주시와 5월 단체·학계 등은 5·18 전담 조직을 꾸리고 쏟아지는 각종 증언·증거·기록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광주시와 5·18 진실규명지원단은 지난해 5월 자체 조사를 통해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80년 5월 27일 오전 4시부터 5시30분 사이, 61항공대 202·203대대 소속 UH-1H수송용 기동헬기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5·18 관련 미 정부기관 극비문서도 잇따라 공개됐고, 암매장 증언이 나오면서 옛 광주교도소 등지서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과 공군전투기 부대의 광주 출격대기명령을 조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해 9월11일 특조위가 꾸려졌다.

특조위는 이날 광주 시민에 대한 헬기 사격을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군 당국의 깊이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또 군 자료 왜곡과 강제 수사권이 없던 점 등으로 완벽한 진실 규명을 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5·18 특별법이 조기에 마련되고, 독립적인 조사기관의 성역 없는 자료 수집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6일 '5·18 진상규명 특별법' 공청회를 마친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는 8일 법안심사소위원회, 9일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0일과 28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본회에서 특별법 제정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전일빌딩은 5·18 때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대항했던 상징적 장소다. 5·18 항쟁 이후 건물 10층이 사실상 방치돼 당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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