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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포괄임금약정 성립 인정 엄격한 요건 필요"

입력 2018.02.05. 13:16 수정 2018.02.05. 14:53 댓글 0개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포괄임금약정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원칙적 임금지급 형태가 아닌 만큼 엄격한 요건하에서 그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포괄임금제는 매월 일정액의 모든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이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박병칠)는 지역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한 전공의 A 씨가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10여전 이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다.

A 씨는 '매일 12시간 이상을 통상근무했다. 당직근무가 있는 날은 통상근무에 이어 다음날 통상근무 시작 시각까지 당직근무를 했다. 통상근무시 11시간(12시간에서 휴게시간 1시간 제외), 당직근무시 12시간(24시간에서 통상근무시간인 12시간 제외)을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근무시간이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통상근무했으며, 당직근무가 있는 날은 통상근무에 이어 14시간을 추가로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법정수당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기본급·위험근무수당·연구업무수당·진료특별수당·진료보조수당·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 등이 포함된다. 병원 측은 이 같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연장·휴일근로에 대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당직근무와 관련된 연장·야간근로에 대해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A 씨와 당직비·야간진료지원비 등에 관해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매월 일정액을 지급한 만큼 A 씨는 추가로 법정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포괄임금제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통상근무의 경우 A 씨가 1일 8시간 근무한 만큼 이와 관련해 지급할 법정수당은 없다. 당직근무는 휴게시간과 개인시간을 고려해 4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상응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통산임금에는 진료보조수당·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A 씨와 병원 측이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했다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병원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포괄임금약정은 근로기준법이 예정하는 원칙적인 임금지급 형태가 아닌 만큼 엄격한 요건아래서 그 성립을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과정에 양 측이 포괄임금제를 논의했다거나 병원 측이 A 씨에게 이를 설명했다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병원 측이 당직비·야간진료지원비를 매월 일정액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실제 당직근무 일수·야간진료 횟수에 따라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한 점 등을 볼 때 포괄임금제 체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인정 여부와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통상근무의 경우 A 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통상근무와 연관해 연장근로시간 내지 휴일근로시간을 확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당직근무에 대해서는 "당직근무에 실시되는 응급환자 진료 등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끊어졌다 이어졌다'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며 "당직근무시간 중 전공의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통상근무에 비해 병원의 전공의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 또한 매우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당직근무를 통상근무와 같은 것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 씨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병원 측이 자인하는 4시간을 넘어 실제 진료업무에 종사했다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당직근무와 관련, A 씨가 4시간의 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A 씨의 당직근무 중 상당 부분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야간근로시간(오후 10시부터오전 6시까지)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전체 당직근무시간 중 4시간만 진료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 씨의 연장근로는 모두 야간근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 측 사이 임금의 범위 중 기본급·위험근무수당·연구업무수당·진료특별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었다.

하지만 진료보조수당·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 등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진료보조수당은 그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병원 측이 임의적·은혜적으로 지급한다 단정할 수는 없다.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액수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다. 이는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의 경우 병원의 모든 전공의들에게 추가적 조건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된 점 등으로 미뤄 이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본급·진료보조수당·교통보조비·정액급식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 산정한 시간급 통상임금과 이를 기초로 당직근무와 관련해 인정한 연장근로 4시간·야간근로 4시간에 대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계산한데에서 근로기간 동안 받은 일부 금액을 공제한 2790여만 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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