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늘 저녁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입력 2018.02.01. 16:25 수정 2018.02.01. 16:36 댓글 0개
김현주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사회에디터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되다면 무엇을 할까. 마음 맞는 사람과 적당히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거나 특별한 날이나 찾았던 영화관을 무심하게 들어서고 싶다. 어찌보면 평일 저녁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여유가 생긴다면 평소 생각만 했던 일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직장인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을 갖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최근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초에 전해진 신세계그룹의 단축근무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근로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근무시간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퇴근시간에 지체 없이 퇴근할 수 있는 ‘칼퇴근’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 까.

이 와중에 광주신세계를 비롯한 신세계 그룹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1월 1일부터 주 35시간 근무에 돌입했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업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파격적 근무환경으로 회자가 되고 있다. 업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오후 6시 퇴근이 가능해졌다.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직 직원들은 가슴에 빨간 꽃까지 달고 다니며 응대를 하는 등 근무시간 단축의 조기정착에 노사가 적극적으로 임했다. 직원들에게 직접들은 퇴근 이후 계획은 ‘아이 밥 차려주기’와 ‘영화보기’, ‘운동하기’ 등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소소하기 이를 데 없어 헛웃음을 짓게 했다. 가정이 있는 직장인들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일을 한다는 이유로 평소 아이들 저녁을 직접 차려주지 못했던 워킹맘들의 고충은 더 심했을 것이다. 워킹맘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반면 미혼자들은 운동이나 문화생활 등 여가활동으로 저녁시간을 채웠다. 어색했던 퇴근길도 잠시, 직원들은 금새 어학원이나 헬스장을 다니거나 공연·영화 관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먼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말에 따르면 단지 한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 뿐인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대기업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근로시간 단축제가 업무 가중과 임금 하락을 야기한다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무시간 단축제도 도입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 잡힌 삶이 요구된다. 충분한 휴식과 여유가 수반돼야 삶의 질적 향상이 가능한 만큼 신세계의 용기 있는 결정이 사회전반으로 확대되길 바라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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