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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마음 몰라줘" 여성 바다에 떠민 60대, 징역 5년

입력 2024.05.21. 09:21 댓글 0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전원 '살인미수' 혐의 유죄평결
특수협박 유·무죄 놓고 배심원단·재판부 판단 엇갈려
[광주=뉴시스] 광주지방법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자신과 연인 관계라고 생각한 여성의 행실을 문제 삼아 협박·폭행하고 바다에 떠밀기까지 한 60대가 국민참여 재판을 받았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살인미수·특수상해·특수협박·감금·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6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12일 오후 11시 30분께 전남 진도군 한 선착장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억지로 태워온 50대 여성 A씨를 바다에 빠뜨린 뒤 수면 위로 못 올라오도록 막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같은 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진도군 한 농장에서 흉기를 든 채 A씨에게 험한 말로 협박하고 둔기(숫돌)를 얼굴에 던져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는 또 같은 해 5월부터 7월 사이 A씨의 행실을 문제 삼아 의심·추궁하며 14차례에 걸쳐 전화·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스토킹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자신이 매일 A씨의 출퇴근길을 바래다주며 각별한 사이라고 생각했으며, A씨가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갈등이 극에 달한 지난해 6월 12일에는 함께 술 마시던 중 취한 A씨가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격분해 흉기 협박에 이어 둔기를 던져 다치게 했다.

이어 자신의 차량에 억지로 태운 뒤 인근 선착장 앞 바다에 A씨를 떠밀기까지 했다. 박씨는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A씨와 함께 뭍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씨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A씨의 어린 딸에게까지 협박성 연락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배심원단 앞에서 "다툼 직후 '같이 죽자'며 함께 손을 잡고 뛰어내린 것이다. 설령 유죄라더라도 자의로 범행을 멈췄기 때문에 감경 사유에 해당한다. 서로 다툰 것은 맞지만 흉기를 들었거나 공소사실과 같은 협박성 말을 한 적이 없다. 특히 흉기를 들었다는 객관적 증거는 A씨의 진술 뿐"이라고 주장했다. "선착장까지 승용차로 함께 이동한 것 역시 감금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항변했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A씨는 "그저 일로 만나 알게 된 사이였을 뿐, 연인 관계는 아니었다. 큰 일 없이 끝났으니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어린 딸에게까지 연락하며 집착했다. 해코지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해 고소했다.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국민참여재판으로 펼쳐진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9명(예비배심원 1명 제외)은 만장일치로 박씨의 살인미수·특수상해·감금·스토킹처벌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다만 흉기를 든 채 위협한 혐의(특수협박)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무죄로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 9명 중 8명이 '징역 4년 6개월'이 적당하다고 평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소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배심원단과 일부 판단을 달리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도구가 놓인 위치, 박씨의 차량에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한 경위, 물 밖으로 빠져 나온 방법 등 진술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된다.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A씨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이어 "박씨에게 미필적인 살인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 사회 경험칙상 박씨가 던진 둔기에 2주가량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은 A씨가 얼마 안 돼 가해자의 차량이 자의적으로 탑승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A씨는 일관되게 억지로 끌려갔다(감금 피해)고 주장한다. '박씨가 더 흥분할까봐 두려워 강하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피해 진술도 타당해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증거에 비춰 박씨와 A씨가 연인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설령 박씨의 주장대로 연인 관계인 A씨의 부정 행위를 의심해 연락했다고 해도,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춰 스토킹에 해당한다. 특수상해 혐의는 박씨도 시인했고, 특수협박 혐의만 A씨의 피해 진술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유죄 인정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A씨가 상당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 점 ▲박씨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다가 불리한 증거가 나온 특수상해 혐의만 뒤늦게 인정, 반성하지 않는 점 ▲살인미수 범행으로 A씨의 직접적인 상해는 없는 점 ▲벌금형 초과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한편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이 배심원·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형사 재판 제도다. 광주지법에서 국민참여 재판이 열린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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