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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대출광고 사용됐는데···인터넷전화업체 '무죄'

입력 2024.05.18. 18:15 댓글 0개
"제3자가 인터넷전화 사용 알고있다고 보기 어려워"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전화 자동광고발송시스템(ACS·Auto Call response System)이 불법 대출광고 등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인터넷전화 업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4단독 강지엽 판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전화업체 대표 A(44)씨와 직원 B(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남양주시에서 ACS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화업체 C사를 운영하면서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성명불상자로부터 전달받은 타인 명의의 가입신청서들로 531개의 인터넷전화 회선을 개통한 뒤 자동광고발송시스템에 등록해 이를 제3자인 성명불상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원 B씨는 2022년 4월 한달간 A씨와 함께 비슷한 방식으로 1105개의 인터넷전화 회선을 개통하고 이를 자동광고발송시스템에 등록해 성명불상자가 광고문자 발송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명의도용 피해자를 포함해 총 22명 명의로 1600개가 넘는 인터넷전화 회선을 개통해 ACS에 등록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등록된 회선 중 일부는 정상적인 광고가 아닌 불법대출광고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실제로 수사를 의뢰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 초까지 접수한 C사 회선 스팸신고만 61만여건이었다. 이 중 3분의 1은 불법대출 관련 스팸신고였다.

특히 이들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불법대출 음성광고 발송으로 일부 회선에 대한 이용 제한을 요청했음에도 같은 가입자 명의의 다른 번호를 ACS에 등록해 주는 방법으로 광고를 계속 발송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쟁점은 이들이 자신들이 제공한 회선을 제3자가 이용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재판에서 A씨 등은 “가입자가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개통했고 가입자들도 가입신청서를 제공하면서 신분증 사진 등 본인인증 서류를 직접 제출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이 한사람 명의로 수백 회선을 개통해주면서도 직접 대면 등 추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에 근거해 제3자가 사용 중인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 판사는 "제3자가 인터넷 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강 판사는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과의 연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매출 규모상 명의도용방지서비스 제공 의무가 없는 점, 추가 확인은 없었으나 적법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점, 요금 징수 과정에서 각 가입자 이름으로 된 입금자명 외에 추가적으로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점, 피고인들과 무관하게 인터넷전화를 개통해 성명불상자에게 제공한 가입자도 있는 점 등에 미뤄 단순히 개통된 인터넷 전화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대출 광고에 사용됐다는 결과만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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