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오계(五計)와 오멸(五滅)

입력 2018.01.28. 01:28 수정 2018.01.29. 10:11 댓글 0개

주신중(朱新仲)은 중국 송(宋)나라 때 한림원 학자였다. 그는 학자로서 나름 평판을 얻었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이로도 회자됐다. 그는 사람이 삶을 구가함에 있어 ‘오계(五計)’를 염두에 두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오계의 첫번째는 생계(生計)다. 장차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말한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신중하게 선택하되, 남을 의식하지 말고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라는 의미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 직업이라도 목숨을 걸고 ‘혼(魂)’을 투영하면 큰 일을 이뤄 대가(大家)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신계(身計)가 그 두번째다. 건강하게 살기위한 계획으로, 어떻게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튼튼하게 살 수 있는가를 설계하라는 이야기다. 과음·과식을 금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남에게 좋은 일 많이하면서 사는게 ‘신계’의 골자다. 슬로우 템포로 여유있는 삶. 이미 1천여년 전에 현대 사회가 주안점을 두는 ‘웰빙(Well-Being)’의 한 주요 내용을 설파했다니 안목이 뛰어나다.

다음으로 거론한 것이 가계(家計)다. 어떻게 하면 가정을 원만하게 꾸려갈 것인가. 부모, 부부, 자녀, 형제 자매와의 관계 등을 포괄한다. 그 핵심은 자신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 이른바 ‘수신제가(修身齊家)’의 교훈이라 할만 하다. 이러한 처세는 자신의 가정 밖, 타인들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넷째가 노계(老計)로 늙어서의 삶의 계획을 일컫는다. 노년에는 노년의 울림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많은 것을 비워야 한다. 북이 크게 울리는 것은 속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비워져 있어야 채울 공간이 넉넉하다는 의미와 어울린다. 노년에 욕심을 부리면 ‘노추(老醜)’라 손가락질 받는다. 존경받기는 어려워도 조소나 조롱거리가 되기는 쉽다. 마지막 계획은 사계(死計)다.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것인가에 고민이다. ‘웰다잉(Well-Dying)’. 호랑이가 죽어서 그 가죽(호피·虎皮)을 남기듯 사람 또한 ‘가히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는 족적(足跡)을 남기라는 말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일생에 걸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신중의 오계와 대비되는게 ‘오멸(五滅)’이다. 삶에 미련을 두게하는 재물을 최소화해야 죽음이 편해진다는 ‘멸재(滅財)’. 살아오는 동안 남에게 유발한 크고 작은 원한을 버릴 것을 뜻하는 ‘멸원(滅怨)’. 물질적·정신적 부채를 청산해야 한다는 ‘멸채(滅債)’. 정든 이와 물건으로부터 정을 떼는 ‘멸정(滅情)’. 그리고 죽어서도 죽지않고 사는 ‘멸망(滅亡)’까지. 년초에 다시 한번 음미해볼만한 옛 사람이 전하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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