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양손의 떡을 다 먹을수는 없다

입력 2018.01.25. 19:31 수정 2018.01.26. 08:46 댓글 0개
선정태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전남도지사 출마를 시사했다.

재선 교육감으로서 당연히(?) 3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던 그는 지난 해 추석부터 도지사 출마설이 불었다.

장 교육감이 지난 연말까지 이렇다할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덕에 갖가지 추측과 분석이 퍼졌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3선에 대한 저항을 의식해 도지사출마설을 흘렸다는 의견과 지난 8년간의 학부모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을 업고 도지사에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떠돌았다.

그런 와중에 강력한 도지사 후보로 꼽히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 교육감을 경계했다.

대선 당시 장 교육감이 전남도청에서 안철수 후보를 초청해 1천 여명의 교장단 앞에서 강연한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디스(diss)에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던 장 교육감이 최근 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장고를 거듭했던 고민을 결정짓는 듯 했다.

자신을 강하게 비판하던 이 의원이 조만간 도지사 출마를 위해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에서 도지사 출마 뜻을 밝힌 것도 한 노림수가 아닌가 싶다. 장 교육감의 민주당 입당도 문제없다는게 도당의 판단이어서 더욱 자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장 교육감은 말미에 ‘민주당 입당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경선룰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도지사 출마를 접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른 후보들보다 쉽게 당선될 수 있는 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입당이 장 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위한 첫 필요조건일테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으면 도전 의사를 접고 세 번째 교육감 선거로 되돌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반감만 줄지도 모른다.

‘도교육감 자리가 아무 때나 차지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가’라는 불만이 커질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 사투를 벌일 다른 도지사 후보들은 물론, 도교육감 후보들에게도 모멸감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도교육감으로서 든든한 지지를 받아야 할 학부모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출직들이 안정된 자신의 자리를 내던지고 새 의자에 도전한다.

새로운 곳에 도전하면 감당하기 힘든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많을 것이고,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판세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을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도실패의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렇다고 올인하지 않은 채 든든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도전해도 될 만큼 손쉬운 선거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장 교육감은 교육감 3선 도전은 물론 도지사 선거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충분한 양수겸장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오히려 양손에 떡을 쥐고 있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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