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과연 의대증원은 필요한가?

입력 2024.02.22. 10:33 수정 2024.02.23. 08:40 댓글 0개
양동호의 건강칼럼 광주시의사회대의원의장

얼마 전 정부에서 2천명이나 되는 의대증원을 발표하며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작년 1월부터 무너져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하여 정부와 의료계간의 의정 협상이 시작되었는데 작년 10월부터 정부에서 각 의과대학에 의대증원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2천명이나 되는 의대증원을 발표한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의정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협상단장을 맡아 협상에 임해왔었는데 그동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였으며, 의대증원에 대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증원을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TV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해도 구하고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협상장 안에서 증원규모를 결정하자고 여러 번 주장하였으나 정부는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다가 이렇게 일방적인 의대증원 발표를 접하고 나니 정말 유감스러운 마음이다.

필자도 현재 무너져가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의사 수를 증원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얼마 전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의대증원은 교육역량에 비추어 봤을 때 350여 명이 적정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듯이 필자는 정부에 350명 이내의 숫자에서 일단 의대 증원을 해보고 대신 2년에 한 번씩 교육적정성 평가를 하여 증원규모를 다시 조정해보자고 제안을 했었다. 의대교육은 다른 일반대학의 교육과는 달리 기초학과 임상의학 교수진이 충분해야 하고 실습 기자재와 실험실 그리고 수련병원 등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에서 진행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서남의대처럼 부실교육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저질의사의 양산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즉, 의학교육은 책상과 의자 몇 개 더 놓는다고 해서 되는 교육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KAMC에서 제안한 350명 이내의 숫자에서 일단 증원을 하여 교육이 잘 되는가를 2년에 한 번씩 평가해보고 교육도 원활하고 그 후 평가에서도 인원이 부족한 걸로 생각되면, 더 늘리고 교육이 잘 안되는 상황이면 줄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3천58명의 의대 정원에서 갑자기 2천 여명, 즉 현재 인원의 3분의 2나 되는 숫자를 더 늘린다고 하니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의대정원을 갑자기 5천명이나 되도록 많이 늘리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첫 번째로는, 위에 서술한 것과 같이 교육이 제대로 될지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교육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의대증원으로 인해 의학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실교육으로 인한 저질의사 양산으로 이어지며, 이는 곧 국민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의과대학 정원이 5천여 명으로 증가되면서 블랙홀처럼 모두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모이게 되면 이공계의 급격한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가 몰려야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5,000명씩 늘린다고 하면 향후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발전은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는,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의사가 모두가 기피하는 필수의료, 그리고 지방의료에 종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소아과 오픈 런이나 응급실 뺑뺑이처럼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필수의료에 대한 원가의 80%가 채 되지 않는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도한 형사처벌, 이 두 가지가 문제점이라고 여러 번 복지부에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필수의료의 정상회복은커녕 결국 미용, 성형 등에 종사하는 의사 수만 증가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이게 제일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이 강제로 건강보험 지정제로 되어있기 때문에 의사수가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건강보험공단에 청구액이 늘어나게 되어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게 된다. 공단의 보고에 의하면 인구 천 명당 의사가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건강보험료는 증가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급격하게 의사 수를 증원하게 되면 결국에는 국민들의 건보료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발표로 인해 의료계에서는 이번 총선과 함께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의사 증원을 하려고 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정부가 마주 앉아서 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입각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국민 건강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적정한 수의 의사 수 증원을 합의하여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이 빨리 종결되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연합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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