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효과 없는’ 전남 출산장려금

입력 2018.01.21. 16:28 수정 2018.01.21. 16:47 댓글 1개
700억 이상 지원하고도 신생아는 오히려 감소
지원금만 챙긴 ‘먹튀 산모’ 1천584명 달해
지자체 “지원 중단하면 젊은층 빠져나가” 딜레마
“교육 등 성장 과정 전반 지원 정책도 마련해야 ”

“2천만원 넘게 지급하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고, 그렇다고 지원금을 중단하면 젊은 층이 다 빠져나갈 것 같고….”

최근 극심한 인구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전남지역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산장려금을 올리고 있지만 아이 낳기와 인구 증가 효과는 미미해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장려금만 받아 챙겨 타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 출산’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들의 고민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출산장려금 지급 등 출산 지원책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18일 전남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도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해 신생아 1인당 30만 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만 1만2천532명 기준으로 총 37억6천여만원이 지원됐다.

2016년에는 1만3천980명에게 41억9천여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각 시군별 지원금까지 합치면 첫째 아이를 기준으로 신생아 1인당 30만원에서 최고 530만원, 둘째는 80만원에서 최고 530만원, 셋째는 130만원에서 1천38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전남도 전체적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737억 이상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런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남도의 신생아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3년 1만5천401명이었던 전남도의 신생아는 2014년 1만4천817명, 2015년 1만5천61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6년 1만3천980명, 지난해 1만2천532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를 출산하면 각 500만원씩 셋째 1천만원, 넷째부터 2천만원을 지원하는 광양시도 2013년 1천761명이던 신생아가 2014년 1천691명, 2015년 1천680명, 2016년 1천447명, 지난해 1천331명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는 100만원, 셋째 1천350만원, 넷째 1천550만원을 지급하는 완도군이나 첫째 24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470만원을 지급하는 영광군의 신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수천만원의 출산 장려금이 신생아를 통한 인구 증가에 큰 효과가 없다는 반증이다.

전국 출산율 1위를 자랑하는 해남군의 경우 출산 장려금 외에도 난임 부부 시술비와 임신부 초음파 검사비를 지원했다. 산후조리원 비용도 최대 70%까지 할인해주는 등 ‘화끈한’ 지원책을 내세웠다.

이 정책으로 해남군의 출산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2.46명으로 전국 평균치인 1.24명의 두배가 되면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원책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5년까지 839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해남군의 신생아 수는 2016년 786면, 지난해 661명으로 줄어들었다. 군 전체 인구마저 줄어들면서 인구 증가를 기대했던 해남군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해남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5천249명이지만 같은 기간 해남군 인구는 7만8천346명에서 6만8천342명으로 오히려 1만4명 줄었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 출산’때문이다.

해남군은 최근 5년간 3천260명에게 103억5천만원 이상을 쓰고도 인구 증가 효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전남도의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 전체적으로 최근 5년간 출산장려금을 받고 전남 내 다른 시군이나 광주 등지로 떠난 사람이 무려 1천584명이나 된다. 1천543명의 장려금 지원이 중단됐고 59명에게는 환수받았다.

연도별로는 2012년 216명, 2013년 316명, 2014년 284명, 2015년 364명, 2016년 404명이 타지역으로 떠났다.

이처럼 출산장려금이 아이 낳기와 인구 유입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일부 지자체들은 출산장려금에 대한 손질에 들어갔다.

‘먹튀’ 방지를 위해 한꺼번에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을 최대 19년에 걸쳐 매월 혹은 분기별로 나눠 주고 있다.

영광군의 경우 첫째 240만원, 둘째 400만원, 셋째 1천200만원, 넷째부터는 1천500만원을 지급하던 것을 출생시 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9년간 나눠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금이 출산율 증가에 직접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출산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에게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단순한 출산지원금 뿐만 아니라 육아, 교육 등 성장 과정에 따른 전반에 대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jtsun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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