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장애 넘은 우정으로 결실로… 나란히 대학 합격

입력 2018.01.21. 15:00 수정 2018.01.21. 15:03 댓글 0개
화순고 박장용·이진호 군 전남대·서울대 진학 감동
신체장애 박군 곁에서 3년간 수업도우미 자처 한 이군

“3년간 정말 고마웠어”, “단단한 우정 변치 말자”

3년간 각별한 우정을 쌓아온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교생들의 이야기가 있어 화제다. 가슴 따뜻한 사연의 주인공은 화순고등학교 3학년 박장용, 이진호 군 그리고 박현승 군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장용 군과 진호 군은 최근 전남대학교 화학과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수시 모집 합격자 명단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대학 합격 소식 못지않게 이들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특별한 우정 때문이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 장용 군은 지난 2015년 화순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했던 학교였지만 장용 군의 학업 열정과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집 근처에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가 있었어요. 그런데 또래 친구들과 평범한 학창시정을 보내고 싶었어요. 걱정해주시는 주변 분들에게 ‘걱정마시라. 기우다’라고 했었는데, 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장용 군은 매일 어머니의 등하교 도움으로 학교를 오갔다. 교실까지는 왔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동수업과 급식실 등 휠체어를 탄 장용 군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적잖은 불편이 따랐다.

1학년 학기 초, 텅빈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던 그런 장용 군을 지켜보던 학생이 있었다. 바로 같은 반 이진호 군이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도와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책이나 들어주자, 밥이나 같이 먹자’는 생각이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함께 같은 생각을 한 거죠. 그게 학교 생활 3년 동안 유지된거고요.”

그렇게 장용 군은 진호 군은 절친이 됐다. 진호 군의 친구였던 현승 군까지 이들은 교내 이동수업은 물론 밥을 먹으러 갈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늘 함께 했다.

2학년에 진급하며 문과를 선택한 진호 군과 이과에 진학한 장용 군은 다른 반이 됐지만 걱정은 없었다. 현승 군이 장용 군과 한 반이 됐기 때문이다.

“진호랑 현승이가 있어서 즐겁게 학교생활 했어요. 쑥쓰러워서 잘 하지 못했던 말인데 ‘정말 고맙다. 친구들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박군은 친구 진호와 현승 군에게 감사를 전했다.

화순고 측도 장용 군 입학과 동시에 교내 시설 개선에 팔을 걷어붙쳤다.

계단에 지지대를 마련하고, 지난해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 휠체어가 편히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추거나, 혹시나 학생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에도 집중했다.

덕분일까. 장용 군과 진호 군은 재학 3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고, 장용 군은 전남대학교 화학과에 진호 군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학업에 최선을 다했던 장용 군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교육 없이 학교교과 과정만으로 서울대 진학을 확정한 진호 군의 따뜻한 우정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진호 군의 담임 권은교 교사는 “실은 이 두 친구의 우정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한 명은 휠체어로, 한 명은 두 발로 걷는 차이만 있을 뿐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우정이다”며 “아주 특별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편견일 수 있는 만큼 그저 자연스러운 우정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구희태 화순고 교장도 “3년간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준 장용이와 진호, 현승이의 이야기는 교사, 친구, 후배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기억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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