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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or 가격하락' 재건축 연한강화, 시장에 미칠 영향은

입력 2018.01.19. 12:57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정부가 재건축 연한 강화라는 맞춤형 카드를 뽑아든 것은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불이 붙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8·2대책을 비롯한 고강도 규제책을 잇달아 꺼내들었지만, 아파트 매매가가 꺾이지 않는 등 ‘백약이 무효’인 상황을 맞자 정밀타격식 처방전을 다시 선보였다는 뜻이다.

재건축 연한 강화의 주요 타깃은 서울 지역의 강남3구, 목동 등 일부 재건축 단지다. 한국감정원이 전날 발표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는 올 들어서도 상승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1월 둘째 주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이번 주(0.39%) 들어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승세를 일부 단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서초·강남 등 강남3구가 그 주범이다. 강남구(0.75%)는 이번 주 들어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지난주 0.70%오르는 데 그치며 전주(0.98%) 대비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한 주 만에 다시 치고나가는 모습이다. 송파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무려 1.39%에 달했다. 서초구도 0.81%로 전주(0.26%)대비 오름폭이 확대됐고, 양천구는 전주(0.77%)에 이어 이번주 에도 0.93% 상승했다.

여기에 1980년 후반에 지어져 재건축 요건을 갖춘 아파트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연한 강화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지역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매매가 상승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해 투기에 찬물을 끼얹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비웃는 화의 근원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의 매매가 상승은 지방과는 동떨어져 있다. 인구감소, 주력 산업 쇠락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에는 냉기류가 흐른다.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0.17%), 경북(-0.17%), 경남(-0.13%), 충북(-0.09%) 등은 이번주 매매가가 모두 하락했다. 울산과 경상권은 신규 입주물량 증가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0.11%), 세종(0.07%), 대구(0.05%), 대전(0.04%) 등 매매가가 상승한 지역도 상승률은 미미하다.

30년인 재건축 연한이 얼마로 늘어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아직 개선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줄인 이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원상 복구하는 수순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기치를 든 박근혜 정부는 앞서 지난 2014년 9· 1 부동산 대책을 발표, 참여 정부가 도입한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대폭 줄인 바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재건축 연한 강화 조치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재건축단지의 경우 가격 상승폭이 하락하고 조정을 받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재건축단지에 대한 규제는 재건축 자체의 가격 상승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급을 묶어 재건축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겠지만, 재건축에 이미 돌입한 단지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전날 서울 서대문구 가좌행복주택에서 주거복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뒤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구조 안전성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건축물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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